자칫 본질 흐리기로 비화될 수 있었던 곽도원과 박훈 변호사의 '1억 내기' 설전이 끝났다. 곽도원은 '1억 내기'를 하자고 도발했던 글을 자신의 SNS에서 내렸고, 박훈 변호사는 '곽도원의 1억 도발을 응징한다고 10억 운운했던 것을 철회하고 참회한다'고 글을 올렸다.
박훈 변호사는 30일 자신의 SNS에 "반성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앞서 김비오 더불어민주당 부산 중·영도지역위원장, 배우 곽도원 등과 SNS에서 '1억 내기'를 해 사건의 본질을 흐린 것에 대한 사과의 뜻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글에서 "경솔했다. 돈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아니었다"며 "참회합니다. 저의 잘못을 참회한다"고 사과했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예상하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정봉주 변호인 측이 사진 780장을 가지고 있다면서 '무죄 밝혔졌다'라는 보도 자료를 보다 순간적으로 욱했다"며 앞서 김비오 위원장과 '1억 내기'를 해 대중의 관심을 끈 것에 대해 반성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참회합니다. 저의 잘못을 참회합니다. 앞으로 이런 행위를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곽도원 배우의 저에 대한 1억 도발을 응징한다고 10억 운운했던 것 역시 같은 연장 선상이었는데 철회하고 참회합니다"라고 적었다.
곽도원과 박훈 변호사의 '꽃뱀 설전'은 곽도원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임사라 변호사의 글로부터 시작됐다. 임사라 대표는 지난 25일 "그제 곽 배우가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며 4명의 배우가 곽도원에게 금품을 요구하고, 이후에도 전화를 걸어 협박을 했다는 주장이 담긴 글을 SNS에 올렸다.
이어 이튿날에는 네 배우가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이윤택 성폭력 피해자 고소인단 측에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녹취록에 대해 언급하며, 이를 고소인단 측에 전달한 행동에는 네 배우를 고소인단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무언의 압력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문제는 곽도원과 박훈 변호사가 임사라 변호사 주장의 진위 여부를 놓고 SNS로 '1억원'을 운운하며 엉뚱한 내기를 벌인 데서 불거졌다. 대중의 관심은 '과연 네 여배우가 곽도원에게 금품 요구를 했는지'를 따져야 하는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1억' 혹은 '10억'이라는 거액의 돈, 유명 배우와 변호사의 온라인 설전에 집중됐다.
먼저 글을 써서 주목을 받은 쪽은 박훈 변호사였다. 그는 지난 25일 올린 임사라 변호사의 폭로글에 대해 "그들이 무슨 억하 심정으로 곽도원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한 것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추잡한 인간이라도 돈을 뜯을 때는 명분이 있다. 그 명분 중 가장 큰 것이 약점이다. 저들이 곽도원과 아무런 사건 관계가 없는데 왜 돈을 뜯으러 왔는가. 난 이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글을 썼다.
이에 곽도원은 지난 28일 SNS에 직접 "저는 이번 네 명의 실수는 너그러히 용서한다"고 입장을 발표하면서 박훈 변호사를 겨냥, "만약 임사라 변호사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저랑 1억빵 내기하실래요? 제가 이기면 변호사님께 받은 돈으로 이윤택 피해자들과 101명 변호인단 모시고 소고기로 회식하겠다"고 도발하는 글을 덧붙였다.
곽도원의 글을 본 박 변호사는 다시 "도원아. 1억 걸고, 더하기 10억하자. 나 역시 다 마른 오징어조차 빨 거다. 다 까고 시작하자"며 "네가 임사라 감싼다고 나한테 내기 했지. 녹취록 다 까고 문자 다 까. 그런데 임사라가 주장한 '우리 4명한테 계좌로 보내' 이것 만큼은 용서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두 사람의 갈등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후 곽도원은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 자신의 입장문을 삭제했다.
두 사람이 SNS로 말다툼을 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꽃뱀'이라는 표현이다. 박훈 변호사는 임사라 변호사가 이윤택 성폭력 고소인단에 속한 네 배우에 대해 글을 쓰면서 '꽃뱀'이라고 해석되도록 묘사한 것을 비판하며 '네 배우가 금품요구를 했다'는 임 변호사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고, 곽도원은 이에 대해 반박을 하고자 '1억'을 거론하며 내기 이야기를 꺼냈다. 두 사람의 논쟁은 '본질 흐리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이들은 각각 입장문을 삭제하거나 자신의 주장에 대해 철회 발표를 하면서 뒤늦게 논란의 불씨를 끄고자 했다.
'꽃뱀 설전'의 결말은 법정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윤택 성폭력 피해자 고소인단 측에서는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자 4명으로부터 금품 요구를 받았다'는 임사라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또 임 변호사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