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또 다른 묘미는 심사위원들의 주옥같은 심사평에도 있다. KBS2 '더 유닛'이 지난 28일, JTBC '믹스나인'이 지난 29일 각각 처음 방송됐다. 남자 9명, 여자 9명으로 구성된 그룹을 서바이벌을 통해 선정한 뒤 대결을 붙여 최종 데뷔를 결정한다는 공통점으로 방송 전부터 공공연하게 비교돼 왔지만 디테일한 프로그램 구성에서는 차별점을 보이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었다. '더 유닛'은 가수 겸 배우 비를 중심으로 한 선배들이 심사를, '믹스나인'은 양현석이 대부분 홀로 심사를 선보였다. '더 유닛'이 이미 데뷔한 전현직 아이돌을 대상으로 서바이벌을 진행하고, '믹스나인'은 각 소속사 의 연습생을 대상으로 서바이벌을 시작한 만큼, 심사위원들이 삼은 심사 기준도 각기 다른 색깔과 목적을 드러냈다.
'더 유닛'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심사위원들의 심사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배 대표 비를 중심으로 황치열과 현아, 태민, 산이, 조현아 등은 독설을 지양했고, 따뜻한 격려를 지향했다. '더 유닛'을 통해 재기할 후배들을 평가의 대상으로 두기 보다 격려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인 것. 대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심사위원의 지적을 통해서 시청자들이 심사 기준을 파악하기도 하는데, '더 유닛'은 주로 선배들의 애정어린 격려가 이어지면서 서바이벌의 긴장감이 옅어졌다는 평이 나왔다. 후배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구체적인 조언도 듣기 어려워 다소 아쉬웠다는 평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심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대한민국 대표 유닛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기획의도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현직 아이돌의 실력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기 보다, 진가를 재조명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 비 역시도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누군가를 평가하기 싫어 거절했다"면서 "하지만 '더 유닛'의 취지를 듣고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더 유닛'은 이들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다시 기회를 줘서 본인의 능력을 표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출연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비는 방송 내내 무대에 오른 후배들에게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더 유닛'의 아이돌은 이미 데뷔를 경험했기 때문에 '믹스나인'의 연습생들처럼 드라마틱한 실력 차이를 드러내진 않았다. 물론 그 중에도 실력이 출중한 스피카 양지원, 빅스타 필독과 같은 아이돌이 자신들의 진가를 보여주며 주목받는가 하면, 연차에 따른 노련함에서도 차이가 났다. 또 이정하와 같은 신인배우가 다소 민망한 무대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실력 차이를 드러냈지만, 대개 합격자들의 공통점은 ' 매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후배들의 매력에 무장해제됐고 이에 내내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이미 기존에 데뷔했던 아이돌이 다수인 만큼, 선배들과 관객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이돌을 먼저 재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 실력 겨루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유닛'의 심사위원들이 각자가 가진 특기를 바탕으로 후배들을 관찰, 격려와 위로를 건넸다면 양현석은 성공한 KPOP 제작자로서 연습생들의 현재와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더 유닛' 심사위원들이 중시했던 매력 외에도 가창력, 댄스, 무대매너, 외모 등 완성형 아이돌이 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며 각 소속사의 연습생들을 평가했다.
걸그룹 연습생을 선보인 소속사에서는 이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준비해온 무대를 감상할 땐 자상한 아버지 미소를 짓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평가 순간에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안무가 배윤정이 대표로 있는 야마엔핫칙스에서 배윤정이 추천한 연습생 백현주에게 "애매하게 다듬어져 있다"고 말했고, 이에 배윤정이 눈물을 보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가 있는 소속사 바나나컬처에서도 과거 씨클라운으로 데뷔했던 전적이 있는 이재준에게 "돌아갈 길이 없다.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 6년 동안 뭐 했냐"면서 "춤을 출 때도 80%가 표정이 그대로고 몸도 딱딱하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또 소속사 베이스캠프에서 '제2의 아이유'라 불리며, 아이돌이 되기 보다 아티스트 욕심을 내던 남유진에게도 "본인이 가진 목소리가 독특하지 않다. 일반적"이라고 독설했다. 용감한형제가 수장으로 있는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들에게는 "단체를 보면 매력이 없다"고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믹스나인'은 그룹 빅뱅부터 위너, 아이콘, 그리고 걸그룹 2NE1, 블랙핑크까지 KPOP을 대표하는 아이돌을 내놓은 제작자 양현석의 선구안과 안목을 시험해보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제작자 양현석'으로서의 진가도 함께 시험대에 오르는 셈인 것.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방송인으로서가 아니라 제작자, 동업자처럼 접근하고 신랄하게 심사했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타 기획사 연습생에게 YG의 색깔을 입히면 어떨까 궁금했다"고 말했던 만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YG만의 제작 노하우를 거친 연습생들이 어떻게 새롭게 변화될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