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변성현 감독)은 배우 설경구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연출자 변성현 감독의 문제 발언으로 인해 비록 흥행면에서는 저조했지만 주인공 설경구와 임시완을 지지하는 열광적인 팬덤인 '불한당원'들을 배출하며 독특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개봉 당시부터 설경구는 이 작품보다 앞서 찍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이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낸 작품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 해왔다. 설경구는 대중에게 처음부터 '연기파 배우'로 인식됐던 훌륭한 배우지만, 어느새 초심을 잃고 연기를 쉽게 해왔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라는 정신적 위기에 처한, 전직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며 그는 치열함을 되찾았다.
"연기는 숙제인 것 같습니다. 세월은 가고, 새로운 역할은 오는데 또 그걸 내가 해야하고. 고민의 강도가 더 세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고민을 안 하면 안 하는대로, 고민없는 캐릭터가 나와요. 자명한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고민하면 고민한대로 나와야 하는데, 그게 (쉽게 안 되는 것도) 문제죠. 안 나오니까요. 고민을 했든 안 했든 허망해요.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죠."
"옛날 설경구가 돌아왔다"는 찬사가 있는 것에 대해 설경구는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지만 고민은 더 깊어진다"고 했다. 겸손함의 의미가 아니었다. 진짜 그가 하고 있는 고민이었다.
"고민은 더 깊어가요. 우리가 제작보고회 때 오달수 선생이 배우가 힘들고 괴롭고 고민이 많을수록 관객이 볼 게 많다고 한 게 확 와닿더라고요. 짧은 분량의 개그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얼마나 고민을 할까요? 밤새 토론하면서 잠깐 웃기기 위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하겠어요. 우리도 더 고민을 해야죠.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살인자의 기억법'은 설경구에게 모두 특별한 작품이다. 두 영화 모두 50대에 들어서며 찍은 작품들이고, 연기를 대하는 '배우 설경구'의 태도를 180도 바꿔준 작품이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서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열광적인 팬들도 많이 만났다.
"뭉클한 이야기도 많아요. '불한당'을 보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분도 있고, 사회생활이 힘들 정도로 우울증에 빠져서 며칠간 방에서 안 나오고 힘든 하루하루였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밖으로 나오고, 영화 행사에 참여하면서 힘을 얻으셨다는 그분들에게 제가 위로를 받았죠. 영화도 힘을 줄 수 있구나, 싶은 게 뭉클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