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정은영 연출 박준화)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진입장벽이 낮은 편안하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에 '때깔' 좋은 영상, 박서준 박민영의 케미스트리가 더해져 근래 가장 돋보이는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갖췄지만 자기애가 지나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과 '비서계 레전드'로 불리는 완벽한 비서 김미소의 로맨스다. 지난해 KBS '쌈마이웨이' tvN '윤식당'을 통해 확고한 스타로 자리잡은 박서준, 꾸준히 주연을 맡으며 인지도를 높인 박민영이 만나 화제를 모았다.
1회가 5.7%(닐슨코리아 케이블가구 기준), 2회가 5.4%를 기록했다. 아직 절대적인 수치로 '압도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tvN 수목드라마 중 가장 높은 첫방송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 화제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시청률 추이도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퇴사밀당' 로맨스라는 낯선 이름의 장르이지만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그러하듯, 결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남녀가 사랑에 빠져 변화하는 과정, 결국에는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라는 것.
익숙한 흐름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캐릭터다. 제작진은 동명의 원작 웹소설, 웹툰의 만화적 설정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영상화했다. 자칫 유치하다 소리를 들을 법 하지만, 제작진은 만화적인 인물들을 매끄럽게 조각하고 포장해 화면 안에 풀어놨다. '유치'한 줄 모르고 하는 것은 단점이지만, 알고 강조하니 오히려 특색이 된다. '영준이 이 녀석' '나처럼 완벽한 남자는 없어'를 입에 달고 사는 나르시시스트 남자의 '자뻑'으로 유발하는 웃음은 오히려 '김비서'만의 매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소 표현하기 힘들 수 있는 만화적인 캐릭터를 '찰떡'처럼 소화하는 박서준 박민영의 매력도 한 몫 했다. '허당'스러움과 진지함을 능청스럽게 표현하는 박서준과 화려한 외모로 시선을 잡아끄는 박민영의 매력은 '김비서'를 더욱 반짝이게 만든다.
'김비서'로 향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에는 '환경적' 요인도 있다. 피가 튀고 악행이 끊이지 않는 스릴러 장르물이 한 차례 드라마판을 휩쓸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법정물'의 시대다. KBS '슈츠' MBC '검법남녀' JTBC '미스 함무라비' tvN '무법 변호사' 등 일주일 내내 tv만 틀면 법정물이다.
장르 특성상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청자들이 내내 집중하고 있어야 하는 드라마들이다. 다소 어두운 소재,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큼, 법정물 드라마의 연속은 시청자에겐 부담스러웠던 터. 그 사이 가볍게 만화를 보듯, 유쾌한 시트콤을 보듯, 멋지고 예쁜 스타들의 영상화보를 보듯 편안하게 웃으며 감상할 수 있는 '김비서'는 시청자들의 경직된 어깨를 풀어주고 있다.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매력적인 배우들, 공들인 만듦새. '김비서'의 출발이 좋다. '김비서'의 매력에 얼마나 더 많은 시청자들이 환호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