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저녁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는 예능이 있다. 바로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 지난 2007년 처음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세 번의 시즌을 거치며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일요일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1박 2일'을 보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된장찌개에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에 스며든 셈. 그만큼 익숙하고, 또 편안한 게 '1박 2일'의 매력이다.
현재 '1박 2일'을 연출하고 있는 유일용 PD 역시 프로그램의 매력이 편안함이라는 데 공감했다.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기보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더 '1박 2일'스러운 것이라고. 여기에 서로를 형제 이상으로 생각하는 멤버들의 '케미'가 더해지니 그야말로 힐링 예능이 따로 없다. 덕분에 프로그램은 동 시간대 1위를 꾸준히 유지하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꾸준히 사랑해준다고 해서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1박 2일'의 편안함은 나름의 명과 암을 지니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대신 화제성은 떨어지기 때문.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유일용 PD는 그동안 못 보던 그림, 못 보던 이야기, 못 보던 인물들을 발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또한 유 PD는 새로운 시청층 유입을 위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물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대 아이돌과도 함께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약 1년 9개월 동안 '1박 2일'을 하면서 이제 조금 프로그램을 하는 게 편안해졌다는 유 PD. 한 달에 단 이틀만 쉬며 '1박 2일'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프로그램이 오래 사랑받게 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며 돌파구를 찾는 '열정맨' 유 PD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Q. 메인 PD가 된 지 약 1년 9개월이 지났다. 프로그램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나.
"프로그램은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안정기였다.(웃음) 나 스스로는 '1박 2일'의 메인 PD가 된 지 1년쯤 지났을 때부터 조금 여유로워졌다. 그때가 지난해 여름이었는데 이전에는 너무 앞만 봤다면 옆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2년 정도 되니까 기획을 할 때도 호흡을 두고 준비할 수 있는 것 같다."
Q. 전임 유호진 PD가 '1박 2일' 시즌3을 훌륭하게 이끌어서 처음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는 부담감도 느꼈을 듯한데.
"나는 정말 하기 싫었다.(웃음) 사실 '1박 2일'이 정말 좋은 프로그램 아닌가. 이런 예능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기회인데 당시에는 너무 부담감이 컸다. 비판받는 것도 있고 해서 처음 한 달은 너무 힘들었다. 그때 스트레스를 받아서 체중이 7kg 빠졌다."
Q. 그러면 어느 시점부터 부담감이 덜어진 건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특별한 계기는 없었고 1년쯤 지나면서 점점 편해졌다. 현장에 나갈 때 하루 종일 긴장을 하고 있으니 너무 힘들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 멤버들이 놀리면 놀리는 대로 받고, 그렇게 흘러가니 서로 편안함을 느꼈다. 그 전에는 말하면서도 멤버들이나 주변 눈치를 봤는데,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나서는 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이젠 적응이 됐다는 걸 느낀다."
Q. 지난해 KBS 파업으로 인해 한동안 방송을 쉬지 않았나. 상황이 상황이었지만, 멤버들도 오래 쉬는 게 낯설었겠다.
"그렇다. 멤버들이 언제쯤 방송이 정상화되는지 자주 물어봤다. 그동안 특별한 일이 없으면 2주에 한 번씩은 꼭 보는 게 이들의 패턴이었는데 그게 오랫동안 안 되니까 낯선 거다. 그래서 녹화가 없는 파업 중간에는 한두 번씩 만나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멤버들이 고맙게도 2주에 한 번 있는 금, 토요일에는 '1박 2일'을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파업을 하는 중에도 특별한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 넉 달 가까이 기다려줬다. 고마웠다."
Q. '1박 2일' 대부분의 멤버들이 유 PD보다 오래 프로그램을 하지 않았나. 의지되는 면이 많겠다.
"차태현은 그냥 엄마 같은 존재다. 가끔 제작진에게 종종 잔소리를 하는데 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다. 녹화를 하다가도 중간에 쉬는 시간이 되면 '이런 게 재미있을 것 같아'라고 아이디어를 준다. 멤버들의 텐션도 끌어올려주는 역할도 한다. '1박 2일'을 10년 동안 한 김종민은 반 제작진이다. 재미가 없는 것도 본인이 희생을 해 웃겨준다. 제작진을 많이 이해해줘서 우리가 의지를 한다. 김준호는 그 자체가 분량이다. 게임을 하면 늘 지니까 안타깝지만 웃음을 줘 고맙다. '힘 캐릭터'를 가진 데프콘은 욕먹을 걸 알면서도 그걸 감내하면서 멤버들 사이 관계성을 만든다. 말솜씨도 너무 좋다. 윤동구는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또 제작진의 요구에 잘 응해줘서 반대 캐릭터인 김준호와 '케미'가 생긴다. 정준영은 정말 똑똑하다. 우리 머리 꼭대기에 있다. 나는 말을 할 때 정준영 눈을 안 보려고 한다. 다 읽히니까.(웃음) 멤버들을 많이 의지하고 있다."
Q. 혹시 멤버가 추가된다면 섭외하고픈 이들이 있나.
"지금 멤버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막내가 30대이다 보니 더 젊은 친구들과 여행을 하면 어떨까 생각은 한다. 아이콘 바비, 워너원 강다니엘, 방탄소년단, 엑소 이런 20대 초반의 친구들이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들이 복불복, 입수 등 오래된 포맷을 하면 신선하고 보는 분들도 재밌을 듯하다."
Q. 파업 기간 중 故 김주혁의 비보가 있었다. 이후 '1박 2일'에서 추모 방송을 했는데 이를 결정할 때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을 듯하다.
"어려웠다. 당시에는 PD들이 다 파업에 참여하니까 일할 사람이 없었지만 이대로 (형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건 인간의 도리, 같이 호흡을 맞췄던 형제의 도리가 아니었다. 장례식장에 주혁이 형과 함께 일했던 PD들이 왔는데, 파업도 파업이지만 형을 보내면서 도리를 다 하고 싶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때 마음 맞은 PD 7~8명이 모여서 이틀 동안 밤을 새 추모 방송을 만들었다. 편집을 하다가 구성 회의를 하려고 모이면 다들 울어서 눈이 붉어져있더라. 얼마나 힘든 상황인가. 나도 그랬다. 자막 한 글자 쓸 때도 힘들더라. 당시가 '1박 2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10주년 특집을 세 개의 시리즈로 준비했었다. 하나는 카자흐스탄과 쿠바에 간 해외 특집이고 나머지 두 개는 못했다. 못한 것 중 하나가 시청자투어다. 시즌 1 때처럼 100명씩 초대해 대규모로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특별한 시청자들을 모시려고 생각했다. 다시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해외에 있는 특별한 게스트를 초대하는 거였다. 그 게스트와 지난해부터 서로 긍정적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파업이 장기화되다 보니 다음을 기약했다. 이 역시 올해 다시 진행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