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허성태와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의 인연은 특별하다. 허성태는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우연한 계기로 리건 감독과 만났고, 리건 감독에게서 "그런 모습으로는 앞으로 배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쓴소리를 듣고 그때부터 준비된 배우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기 시작했다.
허성태는 "그땐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제게 그렇게 쓴소리를 해주셔서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때 허성태와의 만남 이후, 리건 감독은 허성태를 지켜봤고 그를 두고 '신의 한 수: 귀수편'의 부산잡초로 캐스팅하기로 결심했다. "허성태 배우가 잡초처럼 살아왔더라. 연기가 살아온 인생을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해 캐스팅 할 때 연기 보다 인생을 보려 노력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부산잡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대기업을 그만두고 긴 무명 기간을 버텨온 허성태의 근성이 느껴지는 역할이기도 했다.
허성태가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맡은 부산잡초는 이길 때까지 판돈을 올리며 집요하게 바둑을 두는 인물이다. 부산잡초는 속기 판돈 바둑으로 귀수(권상우 분)와 목숨을 건 대결을 하게 된다. 허성태는 리건 감독과 부산잡초의 전사를 설명하는 대사를 직접 쓰는 등 '신의 한 수: 귀수편'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올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기해온 허성태의 존재감이 빛나는 작품이다.
허성태는 올해 초 '말모이'부터 '열두 번째 용의자' '블랙머니' '신의 한 수: 귀수편'까지 스크린에서 활약했고, '이몽' '왓쳐' 등 드라마를 통해 대중과도 더욱 가까워졌다. 다작으로 주목받으면서 어머니가 그 누구보다 기뻐한다고 했지만, "행복하다고 하지 말고 천만다행이라 표현하자"고 했다는 그다. '신의 한 수: 귀수편'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허성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가르쳐주셨다. 아버지께서 몇 점 깔아주신 것으로 10판을 두면 2판 정도는 이기고 그랬다. 아버지께서 이기는 데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셨다. 원래는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으로 바둑을 둬야 하는데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으로 바둑을 두는 버릇이 있었다. 이런 버릇이 부산 잡초한테도 어울리는 디테일 같다 했다. 이런 디테일을 연기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바둑을 뒀나 했다.(웃음)
-바둑을 두는 연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바둑알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외워서 연기해야 했을텐데.
▶실제 기사님께 배워서 바둑을 뒀다. 저를 제외하고 다른 배우 분들은 바둑을 아예 몰랐다. 저는 어렸을 때 배웠으니까 비교적 수월했는데 7~12수를 순서대로 외워서 직접 두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다른 이들 보다 부산잡초 바둑이 제일 외우기 힘들다고 하더라. 대역 없이 빠르게 속기 바둑을 둬야 하는데 다른 수가 들어가면 다시 찍어야 하니까 긴장하면서 찍게 됐다.
-귀수와 부산잡초의 철길 위 바둑 대결이 인상적이었다. 귀수에게 머리끄덩이를 붙잡히는 장면도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해에 있는 레일바이크가 지나가는 철길에서 찍었다. 안전장치를 다 한 상태에서 찍었다. 와이어에 매달린 채 찍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오바이트를 세 번했다. (웃음)
-부산잡초가 변화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한 연기를 고민했을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시나리오에 다 녹아있었다. 귀수에게 쪽팔리지만 목숨만 살려달라 하고 뱉은 말을 지켜야 하니 시키는대로 하겠다고 한다. 사람이 목숨 앞에서 찌질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평생 져본 적 없는 독한 놈이었지만 뱉은 말을 지켜야 하기에 찌질함과 자존심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권상우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저는 권상우 형을 매체나 작품에서 뵀다. 형이기도 하고 형이 워낙 강한 이미지가 있었다. 반면 저는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라 거리를 뒀다. 형은 주연이고 스타니까.(웃음) 그런데 형이 자꾸 훅훅 들어오더라. 먼저 다가와서 '번호 달라'고 하더니 다음날 '회먹자'고 연락을 주셨다. 먼저 다가와주시니까 너무 빨리 짧은 순간 친해지게 되더라. 형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편했다. 형은 정말 솔직하고 담백하고 가식 없는 사람이라 그게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