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아빠와 백혈병에 걸린 영리한 딸의 재회를 그리는 가족 코미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계벽 감독)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콘셉트를 갖고 있는 영화다. 비슷한 류의 영화가 많은 탓이다. '아이 엠 샘'부터 '7번방의 선물'까지 지적장애 아빠와 영특한 딸이 벌이는 소동극에 대한 레퍼런스는 무궁무진하다.
그 가운데 추석을 노리고 나온 '차승원표' 코미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예상치 못한 소재로 진정성을 더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2003년 있었던 대구 지하철참사를 주인공의 전사로 넣어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영화는 지적장애가 있는 철수의 캐릭터를 설명하며 시작한다. 동네 맛집인 칼국수 집에서 국수를 만드는 철수(차승원 분)는 잘생긴 외모로 뭇 여성들의 흠모를 받지만,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이처럼 천진난만한 인물이다. 매일 동네 헬스장에서 몸을 만들어 불량 학생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학생을 돕는다.
우연히 마주친 중년 여인 희자(김혜옥 분)의 차를 타고 골수 이식 검사를 받게 된 철수는, 그로부터 백혈병에 걸린 아이 샛별(엄채영 분)의 친부가 철수 자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샛별과 어색한 만남 후 철수는 또 다시 병원을 찾아가고, 마침 친구의 생일선물을 구하러 몰래 병원을 떠나는 샛별을 만나 대구에 따라가게 된다.
코미디를 표방했지만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연출자가 '럭키' 이계벽 감독이고, 주인공은 2000년대 초·중반 코미디 영화로 사랑 받았던 차승원이라는 점에서 코미디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 있으나, 빵빵 터지는 코미디 영화를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완벽한 타인'이나 '극한직업'처럼 디테일한 상황과 말장난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요즘 트렌드의 코미디를 떠올렸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 슬랩스틱이나 특수한 캐릭터를 강조한, 1차원적 웃음을 노린 장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영화 초중반 코미디 장면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후반부는 가족 영화로서의 매력이 있다. 철수의 숨겨졌던 사연과 그런 철수와 딸 샛별이 키워가는 부녀 관계는 순수하고 진솔하게 표현됐다. '신파'를 밀어붙이기 보다 끝까지 밝은 톤을 유지하며 철수와 샛별, 희자, 영수(박해준 분) 등 가족의 화해를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려내 감동을 자아낸다. 더불어 예상 못한 소재는 드라마에 무게감을 더한다. 지적장애 아빠와 영리한 딸의 서사가 매우 익숙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반복되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오는 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