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애증으로 얽힌 가족들의 관계를 보여주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못난 자식을 더 애틋하게 여기고 챙길 수밖에 없는 엄마와 그런 엄마 때문에 희생을 강요당하고 마는 다른 자녀들의 갈등이 그려지면서 더욱 공감 지수를 높였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현실과 매우 닮아 있었다.
지난 31일 저녁 8시45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 연출 오경훈) 17회에서는 구치소에 수감된 둘째 아들 김강재(이태성 분) 때문에 평생을 바쳐 꾸린 가게를 팔겠다고 선언하는 윤정애(차화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첫째 딸 김윤희(장서희 분)는 "난 찬성 못한다"고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윤희는 "엄마 명의로된 엄마 가게이지만 내 청춘 바치고 대출 받아서 쏟아부은 가게이기도 하다.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가게를 내놓는 거냐"고 소리쳤지만, 윤정애는 "이 상황에 가게 끼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강재를 꺼내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윤희는 "나한텐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응수했다.
그럼에도 윤정애는 김윤희와 사위 허상순(이문식 분)을 다시 불러내 끝까지 설득하려고 했다. 그는 두 사람에게 김강재가 재판을 받게 되면 실형을 면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설명한 뒤 "너도 자식 키우는 엄마잖아. 엄마 마음 이해할 수 있잖아. 내 자식 옥살이 하는데 가게가 무슨 소용이냐"고 사정했다.
하지만 김윤희 역시 완강했다. 김윤희는 과거 자신이 세 동생들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고 누나이자 언니로서 희생을 강요당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특히 자신이 학업을 중단했을 당시와 막내가 의대 자퇴 선언을 했을 당시가 너무 달랐다며 "난 엄마한테 뒷전이다. 나한텐 엄마가 최우선인데"라고 눈물을 보였다.
결국 윤정애는 김강재가 옥살이를 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10억이라는 돈 마련을 위해 집과 가게를 모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김영재(김석훈 분)는 결정을 해놓고 부르는 이유가 뭐냐며 자리를 떴고, 김윤희(장서희 분)는 "내가 그동안 한 말은 뭐냐"며 화를 냈다. 엄마와 자녀들 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김영재 역시 김강재를 찾아가 원망의 말을 쏟아냈다. 이후 김영재는 구치소에서 나오며 김강재가 과거 우등생이었던 자신과 줄곧 비교를 당해 열등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김강재는 당시 야구선수였지만 사고를 당한 후 형의 학업 뒷바라지를 위해 운동선수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이처럼 '엄마'는 윤희, 영재, 강재 그리고 민지(최예슬 분)는 가족이기에 서로 조금씩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하지만 그 희생을 서로에게 인정받지 못해 상처를 안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각자의 입장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김강재의 앞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