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은 '1987'(장준환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격동의 근현대사, 그것도 역사적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사건'을 다룬 두 작품의 수상 결과에 희비가 교차했다. 지난해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휩쓴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는 무관에 그쳤고 '1987'은 4개의 상을 받았다.
'1987'은 3일 오후 9시 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시나리오상(김경찬) 최우수남자연기상(김윤석) 남자조연상(박희순)에 이은 쾌거였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자최우수연기상, 시나리오상까지 4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지만,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 대종상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기획상,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송강호), 음악상, 한국영화 최다관객상까지 4관왕을 한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결과적으로 '1987'은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서 '택시운전사'의 수상 행렬을 제지한 '최대 변수'가 됐다.
'1987'은 지난해 12월 27일 개봉해 누적관객 723만 1937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천만 영화'인 '택시운전사'보다 관객수는 조금 모자라지만, '신과함께-죄와벌'의 기세가 막강했던 지난 겨울 700만 관객을 넘긴 것 자체만으로 '흥행'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영화는 흥행 성적보다는 탁월한 작품성과 영화가 녹여낸 1987년의 시대성으로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특히 '6월 항쟁' 당시 민주주의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톱니바퀴처럼 엮어낸 독특한 스타일,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방식을 택한 장준환 감독의 연출력이 영화의 주제와 잘 어울려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받았다.
'5.18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한 '택시운전사'도 '1987'에 비교할 때 모자람이 없는 영화지만, '천만 영화'였던 만큼 '신파'에 대한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작품성의 면에서는 '호불호'가 다소 갈렸던 게 사실이다.
더불어 '1987'이 승리의 순간을 그려내고 있어 '촛불 집회'와 '장미 대선' 등을 지나온 2017년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끌어내기 쉬웠던 점도 있다. 또 '1987'이 '택시운전사'보다 시상식과 조금 더 가까운 기간에 나온 영화라는 점도 시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수상 직후 장준환 감독은 "상을 주신 심사위원단 여러분께 감사하다. 문재인 대통령님을 비롯해 저희 영화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한 열사분들, 여러분들이 있어서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영화가 여러분의 희생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김윤석은 "'불한당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농담을 던지며 "'1987'의 연기상은 모든 배우가 받는 단체상이라고 생각한다. 설경구 씨도 출연했기 때문에 같이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장준환 감독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영화를 함께한 모든 분들께도 영광을 돌린다"라고 소감을 알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