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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30 13:47
[이상길의 영화읽기]스티브 잡스-인간, 잡스
‘대니 보일’ 감독이 새로 메가폰을 잡은 <스티브 잡스>에서 잡스(마이클 패스밴더)와 워즈(세스 로건)가 ‘아이맥’ 출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논쟁을 벌인다.
둘은 애플사의 공동창업자지만 생각이 달라 지금은 서로 많이 멀어진 상태다.
둘은 십수년 전에도 같은 문제로 싸운 적이 있었다.
그때 잡스는 ‘매킨토시’ 출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었고, 워즈는 당시 회사의 첫 히트 상품이었던 ‘애플2’ PC사업부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차원에서 그들을 프레젠테이션에서 언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잡스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가 거부했던 이유는 애플2 컴퓨터는 이제 과거가 됐기 때문.
매킨토시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시점에 과거를 언급하는 건 혁신을 지향하는 자신의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그날 프레젠테이션에서 애플2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워즈는 십수년 후 애플사로 복귀한 잡스의 첫 작품인 아이맥 출시 프레젠테이션에서 다시 애플2에 대한 언급을 요청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잡스는 완강히 거부했고, 그런 그를 향해 워즈는 이런 독설을 날린다.
“어떤 사람들은 재능과 인품을 동시에 갖추기도 해!”
세상에는 언제나 두 부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앞만 보고 가는 사람과 가끔 뒤도 돌아볼 줄 아는 사람.
만약 잡스와 워즈의 논쟁에 이를 갖다 붙인다면 잡스는 전자 같은 사람이고, 워즈는 후자 같은 사람일 수 있다.
사실 워즈가 잡스에게 원했던 건 그가 자신처럼 뒤도 가끔 돌아보길 바랐던 것이었다.
당시 퍼스널 컴퓨터(PC) 시대를 열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애플2는 분명 오늘날의 애플사를 있게 만든 근간이 되는 제품이었다.
그러니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메킨토시든, 아이맥이든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 잠시 언급하면 될 일을 잡스는 끝내 고집을 피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워즈의 독설처럼 그런 독선적인 모습이 과연 잡스의 인품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다시 말해 잡스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인품은 엉망이었던 그런 사람이었을까.
잡스의 죽음 이후 그의 삶을 다룬 두 번째 영화 <스티브 잡스>는 바로 그 부분에 주목한다. 아니, 관객들에게 대놓고 그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 2년 전 개봉했던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의 <잡스>가 스티브 잡스란 천재가 이룬 ‘혁신’의 과정을 주로 다루고 있다면 이번 <스티브 잡스>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실 생전 잡스의 독선과 아집을 따지자면 워즈와의 논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가 CEO로 있던 시절 애플사 직원들은 사내에서 잡스와 마주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갑자기 날아오는 곤혹스러운 질문에 답을 해야 했기 때문.
잡스는 가끔 사내에서 마주친 직원에게 느닷없이 “우리 회사에 왜 당신이 필요하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우물쭈물하면 가차없이 해고통보를 날렸다고 한다.
잡스와 단독 면담을 하는 직원들은 언제나 잡스에게 혼이 빠지도록 혼날 각오를 해야 했다.
잡스는 직원들을 ‘천재’아니면 ‘바보’로 분류했고, 변덕도 심해 직원들은 늘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고 한다.
또 그는 사람과 만나면 늘 자기 이야기만 하고 사라지는 걸로도 유명했다.
1983년 애플의 주식공개 후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펩시콜라를 키운 존 스컬리 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평생 설탕물만 팔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꿔보겠는가?”라는 말만 남긴 뒤 자리를 떴다고 한다.
이번 영화도 잡스(마이클 패스밴더)가 매킨토시 출시 프레젠테이션 직전 딸 리사(사라 스누크)를 친딸로 인정하지 않는 장면부터 시작, 처음부터 그를 냉혈한으로 몰아간다.
또 자기만의 취향을 관철하기 위해 강압적인 태도로 직원들을 대하는 모습은 아무리 그가 잡스라고 해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변에 그런 상사가 있다면 누구든 숨이 막힐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잡스의 그런 독선과 아집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디지털 혁명은 없거나 아주 늦었을 것이다.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1997년 CEO로 복귀한 잡스는 오자마자 신제품 관련 부서를 순시한 뒤 진행 중이던 제품 개발 계획을 대부분 폐기해버렸다.
당연히 항의가 빗발쳤고,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한마디로 일축해버렸다.
하지만 그 결정은 훗날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이어진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세상일이란 게 그렇다. 좋고 나쁨, 혹은 맞고 틀리고는 없다. 시간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좋거나 맞았던 게 지금은 나쁘거나 틀릴 수 있고, 그때는 나쁘거나 틀렸던 게 지금은 좋거나 맞을 수 있다.
잡스의 독선과 아집이 그때는 나쁘거나 틀렸을 수 있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의 선택을 탓하지 않는다.
그의 독선과 아집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게임을 하고, 영화까지 본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수많은 선택들은 다만 같거나 다를 뿐이다.
그렇다. 잡스는 그냥 우리와는 조금 많이 달랐던 게 아닐까. 혁신은 다름을 먹고산다.
그렇게 그는 달랐기 때문에 혁신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인간으로서 잡스는 달랐지만 아빠로서는 같았다.
혁신을 좇는 기계인간이었던 잡스도 딸 리사 앞에서는 언제나 무너지고 만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애플로 복귀한 잡스가 ‘아이팟’을 만들게 된 계기가 나오는 장면이다.
그래서 대니 보일 감독은 말한다.
애시당초 잡스에 의해 이뤄진 디지털 혁신은 그의 독선과 아집이 아닌 인간에 대한 ‘애(愛)’에서 출발했다고. 스티브 잡스, 그도 사람이었다.
1월21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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