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전(한국명 전후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Jeronimo)는 쿠바의 한인 혁명가 헤로니모 임(임은조·1926~2006년)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작품이다.
헤로니모 임은 일제 치하 독립운동가였던 임천택(1900년 초 멕시코로 이민)의 장남으로서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과 함께 쿠바혁명에 직접 참가해 산업부 차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는 쿠바한인회장을 역임하는 등 말년엔 현지 한인들의 정체성 확립에 힘쓰기도 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엔 미국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헤로니모' 상영회가 열렸다.
이번 상영회에 참석한 전 감독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헤로니모'는 한인 디아스포라('흩어진 사람들'을 뜻하는 그리스어로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지칭할 때 쓰임)에 대한 영화이자, 쿠바 한인사를 대변하는 헤모니모 임 선생님의 얘기"라며 "고국을 떠나 험난한 삶을 살았던 유대인처럼 해외 거주 한인들 역시 그 삶 자체가 '디아스포라'"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우연히 알게 된 헤모니모 임의 생애를 통해 이 굴곡의 역사를 짚어보고자 했다"고 영화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전 감독에 따르면 쿠바 여행 때 공항에 마중 나온 택시기사가 한인 3세인 헤로니모 임의 손녀였고, 이를 계기로 그 가족들을 만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면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는 "헤로니모 임을 알게 됐을 때 '이 사람은 디아스포라의 정의를 알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인 디아스포라엔 현지인이면서 한국인인 2가지 정체성을 초월하는 또 다른 '혁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인 디아스포라가 현재 한반도의 남북, 좌우 대치를 극복하는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영화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민족주의·애국주의보다 인본주의적인 삶이고, 이를 통해 세계시민(Global citizenship)이 되는 것'이란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헤로니모'는 현재 세계 각지 한인 사회를 통해 상영되면서 '한인 디아스포라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짚어본 작품'이란 호평을 듣고 있다. 과거 쿠바에 살다 샌디에이고 이주한 한인들은 당초 이 영화 제작에 반대했으나, 영화를 본 뒤엔 전 감독에게 "쿠바에 남은 한인들을 존경하게 될 줄 몰랐다. 왜 그들이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싸우며 이상을 실현하려 노력했는지 알 것 같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전 감독은 '영화 밖 현실에서 헤모니모 임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등 각국의 한국학교 교사들을 꼽았다.
그는 "한국학교 선생님들이야 말로 숨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경우 1000여개 한국학교에서 토요일마다 자기 시간을 빼서 아이들에게 한글과 한인 정체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계시다. 이들이 바로 헤로니모 임과 같은 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