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랍스터'의 콜린 파렐이 열연을 펼쳤다. © News1star/ '더 랍스터' 스틸
지난 해 폐지된 국내 프로그램 '짝'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애정촌'이라는 다소 생경한 이름의 가상 공간을 만들고 이곳에서 일주일간 생활하며 남녀가 서로를 탐색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잘 맞는, 혹은 매력을 느낀 상대를 선택하면서 방송이 마무리된다.
'짝'에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방영 당시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늘 화제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연예인도 아닌 출연진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방송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그만큼 짝을 찾는 것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그리고 분명한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중에 짝 찾기를 주제로 한 영화가 있다. '더 랍스터'라는 제목은 요즘 유행하는 '쿡방', 셰프 영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극중 남자 주인공이 '변화하고 싶은 동물'이 바로 랍스터이기 때문에 붙게 된 제목이다.
'더 랍스터'는 가까운 미래, 유예기간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되는 기묘한 커플 메이킹 호텔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콜린 파렐이 연기하는 데이비드는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을 받고 호텔에 투숙하게 된다. 그의 형은 이미 몇 해 전, 짝을 찾지 못해 개가 됐다. 그리고 개로 변한 형을 데이비드가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다.
호텔에서는 실소를 자아내는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진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동물로 변하지 않기 위해 억지로 짝이 되어 유예를 꾀한다. 데이비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여인에게 이상한 끌림을 느껴 접근한다. 여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본성을 숨기고 냉정한 남자를 연기한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 연기는 들통이 나고 두 사람의 관계도 산산조각 난다.
이후 솔로들의 숲으로 도망친 데이비드는 운명의 여인(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게 된다. '운명의 장난'은 '더 랍스터'에도 존재한다. 결코 사랑을 해선 안되는 솔로들의 세계에서 '근시'라는 공통분모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더 이상 감출 수 없을 만큼 깊게 서로에게 빠져든다. 솔로 부대의 대장(레아 세이두)이 이를 눈치채면서 비극이 펼쳐진다.
'더 랍스터'는 독특한 시놉시스와 탁월한 영상미, 도전적이고 거침없는 연출과 편집 방식으로 신선함을 안겨준다. 이 영화가 비현실적이면서도 공감을 얻는 이유는 현실에 대한 재치 있는 풍자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남녀의 모습이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는' 비정한 극중 세계와 기묘하게 맞닿아있다.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도 몰입에 큰 몫을 했다. 콜린 파렐은 데이비드 역할을 맡아 18kg 증량에 성공하며 아내에게 버림 받은 외로운 남자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냈다. 촬영 기간 내내 음식을 입에 물고 다닐 만큼 열정적인 노력 끝에 섹시스타는 사라지고 아저씨만 남았다.
'더 랍스터'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이며 제 68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짝을 찾다 지친 외로운 솔로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짝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과 반복된 실망감이 잠시나마 사라진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