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만큼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을 자랑했지만, 숙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해 보다 한층 회복된 모습으로 개막하지만,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사퇴 결정으로 씁쓸함을 남겼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기자회견에서 "안팎으로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촉박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영화제 개최에 대한 불신이 있으면 안 된다고 믿고 있다. 올해 영화제 반드시 차질없이 치러내야 하고, 집행위원장으로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해 영화제를 치러내고자 한다. 어떤 상황에도 영화제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해 영화제를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의 화두는 예정된 강수연 집행위워장과 김동호 이사장의 사퇴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보이콧의 상황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큰 변화가 없다"며 "하루아침에 무엇 때문에 이것이 쉽게 바뀔거라 생각 안 한다. 3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 많은 것들이 마음으로 이 영화제에 대한 애정으로 비롯된 것이다. 영화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표현한 것이기에 결론적으로 앞으로 잘 해결될리라 생각한다"고 사퇴를 앞둔 심경을 밝혔다
이어 김동호 이사장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강수연 위원장을 억지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모셔왔고, 지난 2월말부터 단독 집행위원장으로 영화제를 어렵게 이끌어왔다. 거의 영화제를 못하게 될 상황 속에서 올해 3,4월까지도 잘 이끌어 나왔다"며 "왜 갑자기 5,6월에 들어와서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강 위원장이 그만 둬야하는지, 그 부분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후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끝까지 개최에 대한 불신은 말아달라. 이렇게 관심과 애정 갖고 있으니 한국의 대표적 영화제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영화제 잘 치르도록, 애정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다시 한 번 호소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75개국에서 초청된 298편의 영화가 상영 된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영화 '유리정원'이다. '유리정원'은 무명의 소설가가 다리에 장애를 가진 신비로운 여자 연구원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사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문근영이 주인공을 맡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리정원'의 연출자 신수원 감독은 "여러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몇 년 전에 한 집단의 욕망 때문에 부산영화제에서 열심히 일궈온 분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됐고, 고인이 된 분도 있고, 이 자리 없는 분도 있다. 이 두분 역시 부국제 살리려고 일해오신 분들이다. 이번 영화제를 끝으로 두 분이 그만두신다고 해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의 사퇴에 대한 안타까움을 비치기도 했다.
또 그는 "이제 22살이 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제가 만든 '유리정원'이 지향하는 공존의 가치를 생각할 때 계속 생명력을 갖고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유리정원'의 주인공 문근영은 "부산영화제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지만 한 번도 내 작품으로 참석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방문하게 돼 너무 기쁘고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특별히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출장 당시 세상을 떠난 故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과 아시아영화인들의 마음을 담은 추모 행사가 10월 15일 열리며, 고인을 추모하는 영화인들의 애정이 담긴 책자가 발간될 예정. 또 신설된 '지석상'을 통해 '아시아 영화의 창'에 초청된 월드프리미어 영화를 대상으로 수상을 진행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14년 제19회 영화제 당시 '다이빙벨' 상영 강행 문제로 부산시와 갈등을 빚은 이래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이빙벨' 상영 후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행정지도점검을 실행했고, 감사원의 예비감사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부산시는 감사 결과를 근거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및 관계자 3명을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그로 인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전환, 정관 개정을 조건으로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제안하는 등 해결 방안을 모색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단체의 보이콧이 속출하는 파행이 벌어지기도.
이후 영화제 내부에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올라왔고,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측은 올해 10월 21일 예정된 영화제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12일부터 21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등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