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지난해 연말 분위기를 공략한 국내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은 줄줄이 흥행 실패를 맛봤다. 영화 '극적인 하룻밤'과 '그날의 분위기'부터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좋아해줘'까지 작품성과 별개로 관객들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찾지 않았다. 당시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약세 이유로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가 꼽힌 바 있다. 좀 더 색다른 서사와 장르 결합이 있어야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흥행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의 분석이었다. 배우 하지원, 천정명 주연의 '목숨 건 연애'는 장르 믹스매치를 시도한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오싹한 연애', '내 연애의 기억' 등 장르 믹스 매치를 시도한 작품들에 이어 호평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목숨 건 연애'는 동네 사람 모두를 살인범으로 의심해 경찰은 물론, 이웃들 사이에서도 '이태원 민폐녀'로 통하는 추리 소설가 한제인(하지원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제인은 5년 째 차기작 구상만 하고 있는 인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위층에서 살인 사건의 정황을 포착한 이후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신작을 쓰기로 하고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제인은 이태원지구대 순경인 소꿉친구 설록환(천정명 분), 날카로운 추리력까지 겸비한 매력남 제이슨(진백림 분)과 얽히고설킨 로맨스를 펼쳐가게 된다. 두 남자와 스릴 넘치는 관계를 이어가는 한제인이 일과 사랑에도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목숨 건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 장르의 결합을 지향한다. 한제인과 설록환, 제이슨의 팽팽한 삼각관계와 의문의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이 얽히면서 두 장르의 교배가 완성된다. 영화의 범인과 반전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치밀하진 않지만, 범인과 반전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예상 밖 전개로 펼쳐져 재미를 더한다. 그 때문에 영화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관객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다가오게 된다. 엉뚱한 한제인의 발상과 이를 수습하려 도와주는 설록환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큰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인 셈. 만듦새 면에서도 티켓값은 아깝지 않다.
영화 속 상황이 다소 작위적이라 배우들의 웃기려고 작정한 코믹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의 평도 있지만 '목숨 건 연애'가 지향하는 코미디가 초반부터 일관되게 펼쳐지는 점을 두고 본다면 이는 애초부터 의도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연쇄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로맨틱 코미디라는 가벼운 장르로 상쇄했다는 지적 역시 무의미하다. '목숨 건 연애'라는 가볍고 경쾌한 톤앤매너에서 현실과 상식의 지점을 찾는 건 감상에 방해만 될 뿐이다. 개연성이 다소 미비하고 다소 유치한 코미디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로는 전혀 손색이 없다.
'목숨 건 연애'를 보며 방심할 수 없는 이유는 틈새를 공략하는 조연들의 특급 활약 때문이다. 오정세, 윤소희, 김원해, 정해균 등의 신스틸러들이 등장해 코믹 활약을 펼친다. 오정세는 강렬한 비주얼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등장하는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웃음들을 연속으로 유발한다. 윤소희는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당시 보여줬던 귀여우면서도 엉뚱한 매력으로 의외 인물과 코믹한 호흡을 선보인다. 김원해, 정해균 역시 마찬가지. 두 배우들은 재치 넘치는 애드리브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의 진수로 '목숨 건 연애'에 풍성한 재미를 더하는 활약을 펼쳤다.
'목숨 건 연애'는 장르 교배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캐릭터 조형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대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들은 관객들과의 현실적인 공감 포인트가 중요하기도 하다. 한제인은 5년 간 신작을 내지 못하는 짠내 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시종일관 살인사건에만 몰두하는 탓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주 관객층인 여성들의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설록환과의 감정 줄다리기와 로맨스가 달콤하고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은 탓이다. 결말을 금세 들키는 치밀한 전개는 부족했더라도 공감 포인트가 없는 로코는 아쉽다. 오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