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예계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반려동물은 어떤 모습일까.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스타펫스토리'는 연예인들의 반려동물을 소개함과 동시에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아울러 반려동물에 대한 스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행동 교정 전문가와 함께 남모를 반려동물 사이의 고민을 해결해 나가려 한다. [편집자주]
걸그룹 레인보우 멤버 겸 배우 재경(26)은 웹드라마 '고결한 그대'를 통해 꿈을 이뤘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동물을 좋아했던 탓에 막연하게 장래희망으로 꼽았던 수의사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수의사 역할을 연기하며 그토록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마냥 즐거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못할 것 같다"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아픈 아이들을 많이 봐야 하는 직업이라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 "상실감과 허망함을 동시에 느꼈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고결한 그대'가 그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된 이유는 아들 같은 반려견 카롱이가 함께 출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롱이는 마다가스카르 원산의 코통 드 툴레아(Coton de Tuléar) 종 수컷으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재경의 애칭 '카노'와 같은 '카'자 돌림을 써서 마카롱의 '카롱'이라 지었다. 평소 재경과 일상의 매 순간을 함께 했기에 '고결한 그대' 오디션장에서도 재경과 함께였다. 제작자가 오디션장에 함께 온 재경과 카롱이를 눈 여겨 봤고 둘의 동반 출연까지 성사된 셈이다.
"수의사 역할?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우리 카롱이를 어디든 다 데려가는 편인데 '고결한 그대' 오디션장까지 함께 가게 됐죠. 제작자 분께서 보시고는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동물 관련 상식 책을 모두 외워버릴 정도로 어릴 적엔 수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연히 동물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되고 싶었던 거였는데 아픈 친구들을 보면서 내 능력 밖의 한계를 경험하게 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재경은 반려견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관련 상식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그야말로 박학다식한 동물애호가였다. 개를 키우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덕에 자연스레 동물하게 친밀하게 지내온 시간이 상당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깊이 파고드는 성향 탓에 관련 서적을 모두 섭렵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윤계상·이하늬 커플도 알레르기 때문에 재경에게 자문을 구하고 재경과 같은 종의 반려견을 추천받았을 정도다. 그렇지만 재경은 무엇보다 지금 자신이 키우고 있는 반려견에 대해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정말 뭣도 모르고 강아지를 키웠어요. 그땐 책임이란 단어의 무게 자체를 전혀 몰랐어요. 그 책임을 부모님께 모두 전가했었는데 이번에 카롱이를 데려오기 전 2년 동안 고민도 많이 하고 공부도 정말 많이 했어요. 우리 카롱이는 굉장히 온순하고 주위에 무딘 편이에요. 저와 되게 비슷하죠. 하하. 평균 수명이 길고, 자연교잡(自然交雜)종이라 해서 유전적 질병이 없다는 게 매력적이죠. 그래서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키울 수 있어요."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재경은 카롱이에게 절대 사료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질적인 식사를 위해 생고기를 주식으로 준다. 생고기의 영양가가 사료에 비해 비교적 높기 때문에 반려견의 배설 상태도 금세 달라진다. 털에 윤기가 흐르고 잔병 치레도 적어진다고 했다. 생고기를 먹으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건 편견이라며 가공된 음식을 섭취할 때보다 성격이 더 편안해진다고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는 "준비가 된 주인에게 가능한 식단"이라고 덧붙였다.
"생고기 식단은 반려견에게 영양가 높은 식사이긴 하지만 이건 정말 꾸준히 할 수 있는 주인만이 할 수 있어요. 다시 사료로 되돌아가기가 너무 힘들 거든요. 준비가 된 분들에게만 좋은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부지런하냐고요? 하하. 절대 아니에요. 한 번에 대량의 식사를 만들어 놓고 냉동시킨 뒤 조금씩 해동해서 주는 편이에요. 그렇게 하면 훨씬 부담을 덜 수 있어요. 산책이요? 산책도 정말 매일매일 시켜주는 편이에요. 반려견의 산책 습관화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재경이 카롱이를 키우면서 배운 것은 '부모님의 마음'이다. 어머니가 어떤 밥을 먹이면서 자신을 키웠는지 부모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카롱이가 맛있게 식사할 때 유난히 행복한 느낌을 부모님도 느끼지 않았겠느냐며 부모님의 마음에 공감하는 성숙한 딸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카롱이는 재경에게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의지가 되고 큰 힘이 되는 동생이자 친구, 인생의 동반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 반려견이었다.
"사실 레인보우가 자주 곡을 발표하는 편이 아니라 공백기가 많았어요. 그때마다 공백기를 어떻게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멤버들에게 취미 생활을 권유하는 편이기도 한데, 저는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혼자 있으면서도 누군가와 교감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카롱이와 만나게 됐는데 힐링이 정말 많이 돼요. 속상한 일이 있어도 카롱이만 보면 웃음이 나요. 피곤해도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게 해줘요."
재경은 대화를 나눠볼수록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예쁜 얼굴 만큼이나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훈훈하지만, 그 마음을 행동으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됨됨이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연기 도전은 흥하고 망하고를 떠나서 정말 카롱이와 촬영하며 행복했다"면서 "우리 카롱이가 수컷인데도 암컷으로 나와서 메소드 연기를 해야 해요. 그런데 중요 부위가 자꾸 나와서 NG가 났네요"라며 유쾌하게 웃는 재경의 모습에서 행복감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을 하면서 목표를 세운 게 있어요.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큰지, 행복이 큰지 느껴보자, 연기라는 분야에 감히 내가 뛰어들어도 될만 한 것인가 보려고 했어요. 보시는 분들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제가 먼저 하면서 행복해야 보는 사람들도 행복할 것 같았거든요. 사실 이전까지 작품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나에 대해 의심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자유롭게 연기하며 행복했어요. 정말 소중한 작품에서 이런 행복을 맛 본 순간은 잊을 수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