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김재원을 저주했다는 누명으로 사면초가에 처했던 이연희가 역습에 성공했다. 화려하게 부활한 이연희의 냉엄한 복수극이 기대를 높이며 시청률도 상승시켰다.
지난 4일 밤 10시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 연출 최정규) 34회에서는 정명(이연희 분)이 인조(김재원 분) 앞에 굴복하며 거짓 자백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홍주원(서강준 분)과 최명길(임호 분) 등의 활약으로 역모 누명을 벗는 과정이 박진감 넘치게 그려졌다.
이날 정명은 은설(현승민 분)과 은설의 어머니 옥주(황영희 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인조를 저주했다고 거짓 자백을 하고 인조에게 무릎까지 꿇었다. 천민이지만 자신을 믿고 따라준 단 두 명의 여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조를 버리고, 경멸하는 인조에게 "모든 것은 소인의 잘못입니다. 그러니 죄 없는 저들을 살려주십시오. 저들은 아무 것도 몰랐으니 부디 용서와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라고 애원하며 빌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버린 정명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인조는 "여전히 이 나라의 임금인 나를 벌레 보듯 하고 있다"며 "저들을 모두 죽을 것이다. 바로 너 때문에. 그 다음은 너"라며 피도 눈물도 없는 폭군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이연희는 무너지듯 무릎을 꿇으며 눈물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자신의 억울함 보다 백성 하나 하나의 목숨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 크게 느끼는 공주의 감정을 절제되면서도 애절하게 표현하면서 시청자들도 함께 눈물짓게 했다.
또한, 정명의 어진 모습과 그로 인해 백성의 신망을 받는 데 대한 열등감을 지닌 인조를 실감나게 연기한 김재원은 정명과 백성에게 무조건 인정 받고 싶어하는 인조에 빙의한 듯, 차갑게 식었다가 이글이글 불타는 등 순간순간 바뀌는 눈빛으로 파렴치한 인조를 재현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형식적인 편전회의 후 공주의 참형이 예정되면서 인조는 승리의 축배를 들기만 하면 되는 환희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반전은 편전회의에서 일어났다. 공주를 구할 밀서가 드러나고 이 내용이 조보를 통해 도성에 빠르게 전해진 것. 그리고 도성에 밀서 내용이 퍼질 즈음, 영의정 이원익(김창완 분)과 최명길(임호 분)이 편전회의에 등장해 모든 사항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영의정 이원익은 인조가 관여한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포청의 불법 기찰을 공론화시키고, 명길은 "만약 전하가 모르셨다면 저들이 전하를 기망한 것"이라며 인조를 사면초가에 몰아넣었다.
이 모든 계략은 주원(서강준 분)과 명길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먼저 주원은 조총청(전 화기도감) 장인들을 이괄(유하복 분)의 집에 취토꾼으로 위장해 이괄의 밀서를 찾도록 했고, 이괄의 집에서 여정이 이괄에게 보낸 정명에 대한 밀서를 조보에 실어 도성에 배포한했다. 관을 이용해 관을 치는 주원의 놀라운 아이디어에 탄복한 명길이 스스로 앞장서 조보서를 움직이며 전세를 뒤집을 계략을 성공시킨 것이다.
주원을 주축으로 이원익 대감, 최명길, 홍영(엄효섭 분)과 밀서를 훔친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준 인우(한주완 분), 모진 고문을 이긴 은설과 옥주, 화기도감 장인들까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힘으로 정명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누명을 벗고 참형의 위기에서 벗어난 정명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이후 정명은 자점(조민기 분)을 만나 "난 반드시 내 방식대로 이기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본격적인 대결을 선포하고, 인조에게 "이제 제 시간이로군요, 전하"라며 서늘한 눈빛을 보내며 복수의 서막이 올랐음을 암시했다.
향후 정명이 어떻게 인조를 압박해 나갈지, 어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첩지를 거두고 사과하라는 자점의 충고에 인조와 여정의 반발이 어디로 튈지, 억울해하는 포도대장 이괄이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