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소개팅이 단 한 커플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가까운 지인과의 우정을 사랑으로 발전시켜보겠다는 포부는 대단했으나 역시 쉽지 않았다. 남녀 관계가 아무리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지만 지인들끼리의 강제 소개팅을 통한 커플 추진은 다소 무리수였다. 평소 자주 '무한도전'에 얼굴을 내비쳤던 출연자 조합이었던 만큼 소개팅 프로젝트는 씁쓸한 웃음만 남겼다.
지난 27일 오후 6시25분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로맨스가 필요해' 편에서는 멤버 광희와 평소 그가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유이를 맺어주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멤버들과 유이는 영문도 모른 채 만남을 가졌고 멤버들은 뒤늦게 제작진의 의도를 깨닫고 광희와 유이의 만남을 추진했다. 광희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유이와의 만남에 당황하며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이는 같지만 평소 깊은 친분을 나누지 않았던 젊은 남녀의 만남은 핑크빛 기류로 가득했다. 광희는 유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애써 감추지 않고 호감을 표현했고, 유이 역시 그런 광희의 모습이 싫지 않은 듯 부끄러워하며 얼굴이 빨개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유이는 자신에게 투정 어린 말을 하는 광희에게 진지하게 진심을 알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며 향후 두 사람의 관계 발전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이후의 진행된 소개팅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멤버 유재석과 정형돈, 하하는 평소 자주 출연했던 김제동의 집을 찾았고 그에게 인연을 찾아주겠다며 소개팅을 제안했다. 이 세 사람은 이어 지상렬과 김영철을 차례로 찾아갔고 이들에게 김제동에게 제안했던 바를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제동과 지상렬, 김영철은 멤버들의 제안에 솔직하게 자신의 이상형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들과 만남을 가질 여성들은 김숙과 송은이, 신봉선이었다. 김숙과 송은이는 과거 '무한도전'에서 전 멤버였던 길과 함께 소개팅을 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출연을 꺼려했으나 멤버들의 진지한 제안에 소개팅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신봉선 역시 소개팅에서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공개 연애도 할 자신이 있다며 모처럼 의욕을 내비치는 모습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김제동과 지상렬, 김영철 그리고 김숙과 송은이, 신봉선은 서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평소 두터운 친분이 있었던 사이인 데다가 '못친소' 특집을 위해 소환한 듯한 멤버 조합에 실망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 김제동은 말 없이 촬영장을 이탈했고 여자들은 "저 사람들 만나려고 우리 12시에 왔냐", "'못친소' 특집 아니냐", "극한알바 찍냐"며 크게 반발했다.
이후 유재석은 이들을 모두 진정시키며 진지한 분위기로 만들려 애썼다. 그는 서로의 이상형을 고려해서 섭외했다고 밝혔으나 원성은 좀처럼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유재석은 이에 굴하지 않고 남녀 소개팅 멤버들의 장점을 어필했고 신봉선으로부터 "김제동이 같이 살면 의지될 사람"이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멤버들 역시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
이어 소개팅 남녀가 서로 스킨십을 한 후 심장박동수를 측정하는 코너가 마련됐다. 신봉선은 김제동과 함께 커플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김제동에게 "멋있다"고 말한 뒤 그의 품에 안겼고 김제동은 신봉선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에 신봉선의 심장박동수는 85까지 증가했고 이후 신봉선은 "내 남자 같은 느낌"이라고 고백해 향후 전망이 밝아지는 듯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들 중 지상렬을 제외하고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갈 마음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프로젝트가 아예 무산될 상황까지 간 셈이다. 유재석의 화려한 언변과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노력으로 핑크빛 기류가 애써 만들어지는 듯 했으나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외려 보는 사람들은 이들이 억지 핑크빛 기류에 휘말려 연기라도 할까 우려된 부분이기도 했다.
'무한도전'이 추진한 소개팅은 다소 지나친 오지랖이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광희의 경우처럼 평소 호감이 있었던 상대와의 만남을 추진한 것이 아니었을 뿐더러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면 호감이 생긴다'는 식의 안일한 소개팅이 외려 지인끼리의 민망한 상황을 연출했다. 송은이 역시 "이렇게 있으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데 멍석 깔아놓으니까 불편하다"고 했다.
단순히 예능을 위한 상황 설정으로 치부하기엔 어딘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10년 이상 연애를 하지 않았다는 김숙의 고백이 분명 현실적이었던 만큼 시청자들이 단지 이를 예능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로맨스가 필요해' 첫 회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향후 출연자를 배려한 바람직한 소개팅을 심사숙고해서 추진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