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국내 영화계는 이 배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게 됐다. 바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경영이다. 알려진대로 그는 다작배우다. 그만큼 많은 제작자와 감독들이 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경영은 톱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뷰티 인사이드', 유승호의 복귀작 '조선 마술사', 이병헌 주연작 '협녀, 칼의 기억' 등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앞서 오는 25일 '소수의견'으로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다.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은 진실을 감추는 사회에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공방을 그린 법정드라마다.
'부러진 화살'이나 '변호인'을 연상케 하는 이 영화는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분위기가 강점으로 꼽힌다. 소재 자체는 무겁지만, 그리는 과정에서 중량감을 덜어내 보는 이들의 마음을 과하게 짓누르지 않는다. 변호사로 변신한 윤계상은 깊어진 감성과 눈빛으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유해진과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캐릭터에 몰입, 쾌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경영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이경영은 억울한 상황에 놓인 피고인 박재호 역을 맡았다. 철거현장에서 아들을 보호하려다 스무 살 의경을 죽이고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 인물이다.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치사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게 된 그는 거꾸로 법에게 진실을 묻는다.
이경영은 아들을 향한 부성애는 물론, 부패한 사회에 맞서는 강인함과 그 과정에서 겪는 혼란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그가 연기한 박재호는 폭력과 악행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끊임없이 진심을 호소한다.
촬영에 돌입하기 전, 이경영은 스스로 머리를 짧게 깎으며 외적인 모습부터 잡아나가는 열의를 보였다. '소수의견'에서 이경영이 등장하는 장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특유의 존재감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거친 철거민의 모습 속에 감춰진 부성과 뜨거운 눈물이 관객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지금까지 이경영은 다양한 작품에서 변신을 거듭해왔다. 비중이 작은 역이라도 캐릭터에 혼을 불어넣으며 열연해온 그는 '소수의견'에서도 실망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소신 있는 작품 선택 또한 눈길을 끈다.
한편 '소수의견'은 '혈의 누'의 각색과 프로듀서를 맡았던 김성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윤계상, 유해진, 이경영, 김옥빈, 김의성, 장광 등이 출연한다. 개봉은 오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