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방송가에서 낡은 포맷으로만 치부되던 '토크쇼'가 다시 한 번 변화를 맞고 있다. 호스트들의 면면도 다양해졌고, 초대 게스트 역시 다양한 분야의 색다른 얼굴들이 다수다. 과거 화려한 전성기를 지나온 토크쇼들이 새로운 변화와 함께 또다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토크쇼에도 역사가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토크쇼의 주류는 호스트와 게스트가 '일대일'로 등장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KBS 2TV '자니윤 쇼', SBS '주병진 쇼'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등이 대표격인 프로그램들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토크쇼의 형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2000년 중반부터 트렌드를 이룬 토크쇼는 다수의 MC들이 다수의 게스트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다대다' 형식으로 이뤄졌다. MBC '놀러와' '세바퀴' '라디오스타', SBS '강심장', KBS 2TV '해피투게더'가 대표적이다. 떼를 지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여 소위 '떼 토크'로도 불렸다. 허나 '다대다' 토크쇼도 최근 들어 인기가 시들해졌다.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 '라디오스타'와 '해피투게더' 뿐이다.
이러한 때 다시 한번 과거 '정통 토크쇼'를 표방한 새로운 토크쇼가 등장했다. 바로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와 MBC '배철수 잼(Jam)'이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의 호스트 이동욱은 아예 제작발표회애서 "어렸을 때부터 주병진 선배님, 이홍렬 선배님의 진행을 봐오며 토크쇼에 대한 로망을 키웠다"라고 말하며 정통 토크쇼를 표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철수 잼' 역시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와 마찬가지로 사회 각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게스트로 초청돼 호스트인 배철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정확하게는 배철수가 30년 동안 진행해 온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속 코너, '사람과 음악'을 TV 프로그램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다시금 이러한 '정통 토크쇼'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일대일 토크쇼'에서 '다대다 토크쇼'로 트렌드가 넘어간 가장 큰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확장과 정보 산업의 발전 때문이었다.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했고, 이들에 대한 정보 역시 넘쳐나기 시작했다. 더이상 '일대일'로 모든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는 역부족이었고, '다대다'로 수많은 연예인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1인 미디어가 주류를 이루고, 이미 많은 이들이 표면적인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보니 '토크쇼'는 단순히 연예인들의 가십과 자극적인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의 연예인들의 이야기만 듣기보다, 전문가들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고 싶어 한다. 정보의 넓이를 확장하기 보다 깊이를 확장하고 싶어 하는 이유였다.
한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일대일' 토크쇼가 필요했다. 이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던 프로그램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 시리즈였다. '대화의 희열'은 다수의 MC들이 한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을 재조명했고, 시청자들 역시 큰 관심을 보냈다. 다시 한번 '일대일' 토크쇼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또한 연예인이 주류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도 신선하게 작용했다. 이에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의 경우 이미 바둑기사 이세돌, 국회의원 박지원, 법의학자 유성호, 정관스님 등 다양한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배철수 잼'도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초대해 함께 토크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가 가지는 의미는 뜻깊다. 배철수는 앞서 지난 3일 진행된 '배철수 잼'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나라 방송의 토크쇼들이 최근에 너무 독하다"라며 "집단적으로 모여 앉아서 단편적인 질문들을 던지면서 웃음을 끌어낸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그렇기에 그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들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와 '배철수 잼'은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버리고 삶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재미를 잃지 않기 위해서 시추에이션 토크, 즉흥 연주 등 다양한 변주도 시도했다. '정통 토크쇼'와 요즘 예능의 트렌드를 함께 접목하면서 단순히 깊고 진지한 얘기만 하기보다는 재미까지 함께 추구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관심까지 이끌어 낸 것은 아직 아니다. 12부로 기획돼 지난해 12월4일 처음 방송된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의 경우, 지난달 22일 방송이 4.2%(이하 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지난달 29일 방송에서는 2.2%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다시 지난 5일 3.9%로 시청률을 복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게스트가 누가 나오냐에 따라 시청률 변동이 심한 모습이다. 3일 베일을 벗은 '배철수의 잼'은 2.9%를 기록, 기대 만큼의 성적은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