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방송된 KBS1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배우 김병옥이 은인인 연출가 기국서를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배우 김병옥이 찾는 사람은 한국 연극계에 한 획을 그은 연출가 기국서였다. 김병옥은 "40세가 될 때까지 무명 배우였다. 그 때 연극에서 저를 주인공인 멕베스 역에 캐스팅해주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주신 은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역인 제게 왜 연습을 안 오냐는 기국서의 호출에 연습실을 갔는데 주인공을 김병옥이 해라고 하시더라. 17년 무명인 저를 선택하신 것은 파격적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김병옥은 "20대에는 무명생활을 희망으로 견딜 수 있었는데 35세에 결혼하고 나서 가족이 생기고 나니 현실의 무게감이 생겼다"며 "선택해주신 보답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병옥은 기국서 연출가를 그동안 왜 못 만났냐고 묻는 질문에 "못 본 지 18년 됐다. 멕베스 이후로.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다. 신용대출 보증을 서서 힘들었다. 겨를이 없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김병옥과 MC 김용만, 윤정수는 함께 그가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방문했다. 김병옥은 무명시절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했냐는 질문에는 "어머니가 아내에게 몰래 생활비를 주셨다. 결혼 2년 반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다 해주시고 싶으셨나보다. 주연하는 모습을 못 보고 돌아가셨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동료 배우 김미준은 "김병옥을 캐스팅했을 때 어 뭐지 싶었다. 이상하다 싶고"라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이어 "김병옥만이 갖고 있는 반전 매력, 카리스마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국서 선생님이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극단 대표는 후배에게 물려주셨다"고 근황을 밝혔다.
김병옥과 mc들은 기국서를 만나러 집으로 향했다. 김병옥은 "예전에 술 마시고 차 끊겼을 때 몇 번 간 적 있다"고 말했다. 김병옥은 설레고 긴장된 모습으로 은사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고 김용만은 "이 집이 맞는 것 같냐"고 물었다. 김병옥은 "맞다. 이 집에서 잔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병옥은 아쉬워하며 뒤돌아섰다.
그 때 누군가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기국서 감독이었다. 김병옥은 "형님"이라고 부르며 반갑게 다가섰다. 18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반갑게 포옹했다. 김병옥은 "아까 미진이한테 편찮으시다는 얘길 들어서. 깜짝 놀랐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기국서는 "진짜 안 봤지"라고 물었고 "나는 늘 보니까(TV에서) 보는 줄 알았지"라고 말했다. 김병옥은 "죄송하다 찾아뵙지 못해서"라고 말하며 계속된 눈물을 보였다. 기국서 감독은 그의 삐삐 한 통에 김병옥의 인생이 달라졌다는 MC의 말에 "나는 그 때 뒷사정을 몰랐지"라고 말했다.
김병옥은 기국서를 위해 과메기와 막걸리 등 손수 음식을 준비했고 기국서는 기뻐했다. 김병옥은 "그 때 어떤 생각으로 저를 캐스팅했는가"를 물었다. 기국서는 "그 때 공연을 다 봤었다. 당당함이 있다, 어색하거나 낯설거나 함이 없고 그 자체만으로 눈이 딱 가더라"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여러 작품 섭외를 받으며 승승장구한 김병옥을 보며 "감독들이 보는 눈이 있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병옥은 진심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너무도 당당하게 멕베스 역으로 선정해주셨다. 그 후로 저는 사람들 사이에 거론됐다.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리고 싶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