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부활과 맞물린 KBS 예능의 연쇄적 편성 이동이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박2일' 새 시즌을 방송 초반 안착하게 한 것은 물론, 다른 예능들 역시 편성 시간을 바꾼 뒤에도 비교적 선방하면서 안정적인 라인을 구축했다는 평이다.
지난 8일 론칭한 KBS 2TV '1박2일 시즌4'(이하 '1박2일 4')는 기존 '1박2일' 시리즈가 방송되던 일요일 오후 6시30분에 편성됐다. 2007년부터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켜온 브랜드 예능이기에 상징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1박2일 4'가 일요일 오후로 편성이 결정되며, 몇몇 예능 프로그램은 방송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였다. 론칭 이후 일요일 오후 5시 대를 든든히 지켜온 '슈돌'은 '1박2일 3' 방송이 중단된 뒤 해당 시간대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1박2일' 새 시즌이 돌아오며 다시 한번 방송 시간을 옮겨야 했다. KBS 예능국은 고심 끝에 '슈돌'을 일요일 오후 9시15분으로 파격 편성했다. 해당 시간대는 일요 예능 강자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와 정면 대결을 하는 자리이기에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시간대. 하지만 KBS는 마니아 시청자가 탄탄한 '슈돌'의 콘텐츠를 믿고 편성 이동을 감행했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시간대를 옮긴 뒤 방송된 '슈돌' 307회는 1부 11.7% 2부 10.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방송에 비해 3~4% 포인트 하락한 수치지만, 해당 시간대에 방송되던 '개그콘서트'보다는 두 배 이상 높은 시청률이다. '슈돌'의 성적이 돋보이는 이유는 더 있다. '미우새'의 시청자를 일부 끌어들인 것. 실제로 '미우새'의 8일 시청률은 1부 13.8%, 2부 15.1%, 3부 14.8%로 직전 주에 비해 2~4% 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15일에도 '슈돌'의 시청률이 소폭 상승하고, '미우새'는 하락하며 일요 예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1박2일 4' 역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8일 방송된 1회는 1부 12.5%, 2부 15.7%을 기록하며 일요 예능 시청률 1위에 등극했다. 15일 방송된 2회 역시 1부 11.6%, 2부 15.1%의 시청률을 보이며 안정적인 성적을 이어갔다. 이는 '1박2일 4'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 멤버들의 활약에 브랜드 예능에 대한 인지도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일요 예능 1위의 기록은 '슈돌'의 편성 이동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 KBS 예능국 관계자는 뉴스1에 "'1박2일'은 시청자들이 오랫동안 시청하던 시간이 일요일 오후 6시30분인 점을 감안해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 시간대에 편성하게 됐다"며 " '슈돌'은 전쟁터 같은 시간대에서 잘 버텨줘 고맙다. 방송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 송구스러웠는데, 많은 시청자 분들이 따라와 주시더라. 우리도 새로운 발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크가 따르는 결정이었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안착하는 분위기여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방송일을 변경한 '개그콘서트'는 시청률 변화가 거의 없다. 지난 1일 방송이 4.9%, 시간대를 옮긴 후인 7일 방송이 4.9%로 동률을 기록하며 시간대 변경으로 인한 타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방송은 5.4%로 오히려 시청률을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이동한 '배틀트립' 역시 시청률에 큰 변화 없이 마니아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
'1박2일'의 부활로 인한 KBS의 연쇄 편성 이동은, 결과적으로 예능 판도를 KBS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