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의 10년 인기의 비결, 바로 청개구리같이 늘 예상치 못한 것들을 선보이고자 하는 자신들만의 신념에 있었다.
빅뱅은 최근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사옥에서 진행된 정규 3집 앨범 '메이드 더 풀 앨범(MADE THE FULL ALBUM)(이하 메이드)'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데뷔 10주년, 군 입대, 앞으로의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특히 이번 앨범은 빅뱅이 군 입대 전 펼치는 마지막 완전체 활동인 점, 그리고 약 8년 만에 나오는 정규 음반인 점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 이를 입증하듯 '메이드'의 신곡들은 공개된 직후 각종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를 휩쓸고 있다.
이날 "저희조차도 꿈만 꾸던 일들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겸손한 10주년 소감을 밝히면서도 "멋이 있는 그룹이어야만 활동 수 있다"며 자신들만의 소신과 자신감은 확고하게 밝혔던 빅뱅.
지난 2006년에 데뷔해 어느덧 대체 불가능한 최정상 그룹으로 성장한 이들의 생각을 이날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조금을 들여볼 수 있었다.
이하 빅뱅과의 일문일답.
Q. 이번 정규 앨범을 발매한 소감은?
"이번에 작년부터 기획했던 '메이드' 싱글 프로젝트가 무사히 정규로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너무나 연기도 많이 되고 작업도 좀처럼 진행되지 않아서 나중에 군 제대 후 다시 뭉쳤을 때 '메이드'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다행히 이렇게 좋은 곡과 분위기 속에 나오게 돼서 다행이다."(대성)
"'메이드' 앨범이 2년 전부터 작업을 했는데 이제야 나오게 돼서 늦은 감은 있지만 저희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하다."(태양) "이번 앨범이 제겐 매우 뜻깊다. 올해가 빅뱅 데뷔 10주년이기도 하고 정규 앨범이 8년 만에 나왔기 때문에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이번 활동은 모든 멤버들이 최선을 다해서 할 예정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승리)
Q. 탑의 군 입대 전 완전체 활동이라 아무래도 더 애착이 가는지?
"군 입대 전이라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다. '메이드'는 저희한테도 정말 의미 있는 앨범이다. (군 입대를 하면) 당분간은 완전체 활동을 못할테니 이번 앨범에 대한 애착이 크다."(탑)
"군대에서 돌아왔을 때 '메이드'를 하는 건 어떨까 싶기도 했었다. 저희가 앨범을 구성할 땐 시간과 상관없이 '지금 내면 완벽해', '우리가 마음에 들면 돼'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다행히 시기적으로 군 입대 전에 그런 생각이 드는 앨범으로 나올 수 있었다."(지드래곤)
"예전에는 쉽게 쉽게 (곡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집중을 많이 해야 한다. 예전에는 장난삼아 썼다 얻어걸려 인기를 끈 곡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제 자체가 빅뱅에 대한 자부심도 크고 이미 팬의 일원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빅뱅 작업을 할 때만큼은 신중해지는 것 같다. 한 글자를 시작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어서 시간이 점점 오래 걸린다. 예전에는 시간을 정해두고 내는 게 편했는데 지금은 부담되고 어렵다."(지드래곤)
Q.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빅뱅은 오히려 단단해진 느낌이다.
"10년을 돌이켜보면 위기였던 상황이 분명히 있긴 했다. 하지만 저희는 그럴 때마다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앞으로의 계획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생겼고, 그때 저희들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가 저희에게 위기였던 것 같다. 그걸 저희끼리 이야기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면서, 결국 개개인이 아니라 팀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과 계기가 된 것 같다. 사실 군 입대 같은 건 저희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것 같다."(태양)
"사건 사고는 예상할 때 오지 않는다.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어떤 위기가 다가와도 저희는 큰 문제가 없으라고 본다."(지드래곤)
Q. 완전체 활동은 당분간 없을까? 혹시 4인조로 활동할 계획은?
"개개인의 활동이 있을 순 없지만 다섯 명이 아닌 이상 빅뱅이란 이름으로 앨범을 낼 순 없다."(지드래곤)
Q. 멤버 모두가 군복무를 마치면 30대 중반이 된다. 다시 모일 수 있을까.
"저희들은 아직까지 한해 한해 지나갈수록 열정이 더 많아지고 자신감도 생기기 때문에 기쁘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만약 (군복무 후) 돌아왔을 때도 자신감이 남아있다면 아마 그 (컴백의) 시간이 빨리 오지 않을까 싶다. 저희끼리 자신감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그만하자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그만큼 서로에게 믿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저희는 3년에 한 번씩 투어를 돌던 팀이었기 때문에 팬들에게 그 기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것 같진 않다."(탑)
"군복무로 인한 공백기가 2~3년 정도 될 것 같다. 탑 형이 먼저 가지만 나머지 멤버들도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군 입대 날짜가 미정이지만 공백기를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했다."(승리)
Q. 멤버들의 군대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탑 이후 다음 타자가 저랑 지드래곤이다. 대성이는 자의적으로 저희랑 비슷하게 들어가겠다고 했다. 승리만 일찍 가면 된다.(웃음)"(태양)
"(군대로 인한 공백기를) 최대한 단축 시켜 보겠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저희가 그렇게 계획적이진 않다. 갔다 나와도 음악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래서 (언제 컴백하겠다고) 시간을 딱 말씀드릴 수 없는 부분이다. 차례차례 순서대로 가지 않을까 싶다. 몇 년이 걸릴지 미정이지만 군대를 갔다 와서 저희의 상태를 봐야 한다."(멤버 전원)
"저희는 멋을 추구한다. 가수다운,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는 멋이 있는 그룹이어야만 활동 수 있다. 저희 스스로 그런 자신이 있을 때만 나올 텐데 군대를 갔다 와서도 그 자신이 있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멤버들의 컨디션이 빨리 맞아떨어진다면 그 시기를 최대한 단축할 수 있겠고, 그렇게 되면 (컴백을) 안 할 이유가 없다."(지드래곤)
Q. 젝스키스가 빅뱅의 공백기를 메꾼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영광이다."(탑)
"당연히 영광스럽다. 저희가 어릴 때 '와'하면서 보던 가수분들인데.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 YG가 힙합 레이블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젝스키스와 한 회사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많이 신기했다. 16년여 만에 뭉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진 젝스키스 선배님들과 친분이 많이 없는데 TV에서 저희가 볼 때는 좋아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제가 느낌 이 감정을 저희 팬분들이 나중에 느낄 수 있다면 서로 훈훈할 것 같다. 저희는 투어를 정말 좋아해서 체력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여건이 허락하면 나이가 오십이든 육십이든 3년에 한 번이건 5년에 한 번이건 계속하고 싶다. 팬들과 같이 늙는 모습을 공유하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게 더 가족같이 보여서 가능하면 오래 보고 싶다."(지드래곤)
Q. '에라 모르겠다'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제목에 대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저희랑 작업하는 스태프들도 저희 못지않게 많은 부담감을 느끼신다. 각자 확고한 음악 세계가 있기 때문에 한 음반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 기분 좋은 만큼 '다음 앨범은 또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걱정한다. 이번에도 저희끼리 '어떻게 하지'라고 한숨을 쉬다 보니 1년이 지났다. 그러다가 한 분이 '에라, 모르겠다. 만들어 버리자'라고 말했는데 그걸 테디 형이 캐치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지드래곤)
"'에라 모르겠다' 뮤직비디오 콘셉트는 복고 풍이다, 사실 콘셉트는 간단했다. 어느 순간 저희가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면 각자 파트만 신경 쓰면 됐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같이 나오려고 했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느낌으로 재밌게 찍으려고 애썼다. 저희끼리 농담 삼아했던 말인데 '모 아니면 도다'라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하면 속된 말로 '병맛 같은 느낌으로 찍을까'라고 고민했다. 그래서 일부러 간판들도 철물점 앞에서 찍고 그랬다. 그게 한국 분들이 보시기에는 약간 영화 '써니'와 같은 복고풍의 느낌이 될 수도 있지만 외국 분들이 보면 오히려 생소하게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옷들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동네에 있을 법한 양아치, 날라리 같은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다."(지드래곤 )
"저희가 지난 뮤직비디오에서는 해외에서 화려하게 찍었다. 이번에도 그럴까 하다가 오히려 그게 더 진부할 것 같았고, 한국의 구석진 곳을 가는 게 더 신선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찍게 됐다."(태양)
"10년째 나오는 뮤직비디오라 저희 옛날 모습을 캠코더로 찍는다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콘셉트를 잡아서 진행했다."(지드래곤)
Q. 이번 곡들은 '뱅뱅뱅(BANG BANG BANG)',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와 같은 저번 곡들과 분위기가 다르다.
"저희는 청개구리 같다. 예상하는 대로 하는 걸 싫어하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발 앞서가던 오히려 더 예전으로 돌아가던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것들을 선보이자는 게 저희의 모토다. 이번 앨범은 가장 어려웠던 게 저희 10주년에 내는 데다 8년여 만에 만드는 정규 3집이라는 점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 섞였다. 특히 '라스트 댄스'는 나중을 기약하는 여운을 크게 남길 수 있는,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느낌의 곡으로 쓰고 싶었다. 저희가 안 해본 장르이기도 하고, 지금 저희의 얘기를 쓴 곡이기 때문이다. 이건 팬분들에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지금 세대가 공감할 수도 있으며, 삼십 대에 접어든 일반 직장인 남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노래다. 어른이 돼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뒤돌아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간직하자는 그런 의미를 담으려고 생각을 많이 했다. '메이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판타스틱 베이비', '뱅뱅뱅' 같은 곡들을 기대하셨던 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오히려 이런 노래가 빅뱅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곡을 선택하게 됐다."(지드래곤)
한편 빅뱅의 '메이드'에는 더블 타이틀곡 '에라 모르겠다', '라스트 댄스(LAST DANCE)'와 신곡 '걸프랜드(GIRLFRIEND)'를 비롯해 지난해 발표된 '메이드(M.A.D.E)'의 8곡을 더해 총 총 11곡이 수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