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기(52)가 성추행 의혹 경찰조사를 3일 앞두고 9일 사망했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그의 비극적인 결말이자, 남은 이들에게 결코 아물지 않을 또 다른 상처를 주고 만 선택이다.
조민기는 9일 오후 4시께 서울 광진구 소재 한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민기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옮겼지만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조민기는 오는 12일 청주대학교 교수 재직 당시 제자 강제 추행 혐의 등으로 경찰에 입건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지난해 12월 청주대학교는 제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조민기에게 중징계 면직 처분을 내린 바 있으며, 이 사실이 지난 2월20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조민기는 이를 부인했으나 학생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자 "법적,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검찰 내부 성추행 사건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문학계, 연극계를 거쳐 연예계까지 확산되기 시작한 사건이었다. 조민기를 시작으로 다수의 배우, 가수, 또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미투' 운동이 퍼져 나갔다. 조민기는 '미투'로 지목된 인물 중 가장 먼저 경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향후 '미투' 운동에 미칠 영향도 컸을 것이라는 예상. 그러나 조민기가 조사를 3일 앞두고 사망함으로써, 성추행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됐다.
대중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의 굴곡진 인생을 두고 허망한 마음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개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가리지 못하고 그에 따른 법적 결과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을 두고 성추행을 고백한 다수의 관련자, 그리고 가족에게 '무책임한 결정'이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미투' 운동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다. 이제까지 '미투' 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이들은 물론, 아직 고백하지 못한 수면 아래의 피해자들에게까지 조민기 사망의 충격은 더욱 크게 느껴질 터. 앞으로 '미투' 운동이 다소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들이다.
어떤 대답도 해주지 못한 조민기의 죽음이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고 또 슬픔에 빠졌다. 그의 가까운 동료와 가족들은 물론, 괴로운 과거를 바로잡고 싶었던 '미투' 고백 당사자들은 또 다른 상처를 안을 수 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