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지성이 해설위원으로 변신했다. 팬들이 더욱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폭 넓고 깊은 해설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비쳤다.
SBS '2018 러시아 월드컵' 중계진 박지성, 배성재 기자간담회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됐다.
'2002 한일 월드컵' 대한민국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한 박지성은 2014년 은퇴 이후 축구 행정가의 길을 걸으며 한국 축구 발전에 전념해왔다. 그는 올해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 해설위원을 맡아 한국 축구 부흥을 위해 기여할 계획이다.
이날 박지성은 "해설 위원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직 어색하다. 전세계의 축제이니까 나 역시 대회를 즐기고 싶다. 많은 축구 팬들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좋은 해설을 해서 더욱 많은 분들이 월드컵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 "안정환 , 이영표 해설위원이 이야기한 확률을 봤다. 정확히 확률을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은 50%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월드컵이라는 대회가 언제나 이변이 일어났고 팬들이 이변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얼마나 많은 팬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월드컵 4강 팀을 브라질, 독일, 프랑스와 이변을 일으킬 한 팀으로 예상한다고 말했고, 브라질을 우승후보로 꼽아 월드컵 관전포인트를 늘렸다.
현재 월드컵 대표팀에 대해 "최종 예선을 통해서 대표팀에 대한 비난, 성적에 대한 아쉬운 말들이 많아서 선수들의 부담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고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어릴 때부터 꿈꿔온 일일 것이다. 즐겁게, 큰 부상없이 뛰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경쟁사 KBS는 이영표, MBC는 안정환이 해설을 맡는다. 선수 시절 동료와 해설 위원으로 경쟁을 펼치게 됐다. 박지성은 이 경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박지성은 "방송국 입장에서 당연히 시청률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크게 고민한 것은 경쟁을 통해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해설을 맡으면) 한국 팬들에게 조금 더 다양한 해설을 들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각자 선수생활을 다르게 해왔고 각자 축구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그 점이 팬들의 다양성을 열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선수 생활 후 지도자가 되지 않을 것을 이미 밝힌 상태였다. 배성재 아나운서가 '지도자로서 축구철학을 보여줄 수 없기에 해설을 통해서 박지성이 어떻게 축구를 했고 어떻게 바라보는지 팬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도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 부분이 다른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성재는 "(박지성을) 섭외를 할 때 "한국축구가 영웅을 필요로 한데 감독 아니면 해설을 고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해설을 고른다고 하더라. 시청률 경쟁은 SBS 방송사의 몫이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데 시청률 경쟁의 최전방에 나서기 보다 포장, 마케팅은 방송사가 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지금 SBS 해설위원의 느낌보다 월드컵 해설자의 느낌으로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은 자신만의 해설 포인트가 있냐는 물음에 "내가 해설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때문에'가 몇 번 나올지 걱정을 많이 하더라. 그게 해설에 도움이 된다면 사용해보도록 하겠다"고 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지성과 SBS와의 인연은 깊다. 아내 김민지씨가 SBS 아나운서 출신. 함께 중계를 할 배성재 아나운서와도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이날 박지성은 김민지 아나운서에 대해 "저의 선택을 존중해줬고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또 배성재 아나운서가 있으니 믿고 잘 하면 된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특별한 조언을 해줬냐는 물음에 "조언을 많이 해준다. 내가 해설하는 걸 보더니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팬들은 이미 내 생각을 통해서 말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 듣기 좋을 것이라고 하더라. 그런 조언을 옆에서 들어서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