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가 속출했다. 망국 조선과 운명을 같이 하는 고애신은 가문의 멸망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다. 그리고는 가족들이 무차별 총살을 당하는 현장에 나타나 총으로 대항했다. 바람 앞의 촛불인 조선과 김태리의 미래가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8일 오후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에서는 비극적 운명에 맞닥뜨리는 고애신(김태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완익(김의성 분)은 고애신의 할아버지 고사홍(이호재 분) 일가를 무너뜨릴 계획을 세웠고, 이를 실행해 옮겼다.
이날 외부대신인 이완익은 고사홍의 저택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도를 놓겠다고 선언했다. 망치를 든 장정들과 함께 저택에 들이닥친 그는 가차없이 집안 곳곳을 무너뜨렸다.
고사홍은 흥분해 총을 들 것이 뻔한 고애신을 광에 가두고 신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철도 부지가 아닌 가진 모든 땅을 소작인들에게 골고루 나눠줬고,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큰 손녀 애순을 집에 데려왔다.
무엇보다 고애신을 향한 걱정이 컸다. 그 때문에 그는 유진 초이(이병헌 분)과 구동매(유연석 분)를 불러 뒷일을 부탁했다.
특히 구동매에게는 애신을 지켜달라 했고, 유진 초이에게는 일본군 대좌 모리 타카시(김남희 분)를 죽여달라고 했다. 구동매는 "왜 저는 지키는 자이고, 저자는 죽이는 자입니까?"라고 물었고, 고사홍은 "물불 가리지 않고 지켜줄 자와 고심하여 완벽을 기할자, 담을 넘어 들어오는 자와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의 차이다"라고 대답했다.
유친 초이와 구동매는 저택을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구동매는 "결국은 둘 다 애기씨 곁에서 멀리 치우셨다. 나는 지키게 하여 나으리는 죽이게 하여. 독한 노인네"라고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유진 초이는 독백체로 "누가 제일 슬플지는 의미 없었다. 인생 다 각자 걷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우리였다. 그대를 사랑한 나, 그러니 그대여 살아남아라. 하여 누구의 결말도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사홍은 광에 가둔 손녀 고애신에게 가서 사진 한장을 손에 쥐어줬다. 고애신 부모의 사진이었다. 그는 과거 반항하는 고애신에게 "그냥 죽으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날의 나를 용서해라. 죽지 마라. 살거라. 꼭 살거라. 애신아"라고 당부했다.
"꼭 살라"는 말은 고사홍의 유언과도 같았다. 이튿날 고사홍은 유서를 써놓은 채 자결했다.
존경받던 양반 고사홍의 죽음에 온 마을이 슬퍼했다. 심지어 고종 황제(이승준 분)까지 상복을 입고 찾아와 절을 하며 예우했다. 이완익은 고사홍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방해했다. 말을 타고 장례 행렬을 막아섰다.
결국 고애신의 집안은 패가가 됐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고애신의 행방은 묘연했다. 일본군은 고애신을 찾겠다며 가족들이 할아버지를 기리며 제사를 지내고 있는 절을 찾아왔다.
고애신의 가족들 곁을 지키던 김희성(변요한 분)까지 무턱대고 총질을 하는 일본군을 향해 총을 들었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나 싶었던 위기의 순간, 뒤에서 총알이 날아와 적들을 쐈다. 고애신이 다시 돌아왔다.
이날 방송은 유독 무고한 희생이 많아 안타까움을 샀다. 이완익을 처단하기 위해 나섰던 무관학교 학생이 이완익의 총에 맞아 숨졌고, 의병들을 돕던 주모 홍파(서유정 분)는 무참히 살해 당해 저잣저리에 목이 매달린 채 공개됐다. 함안댁(이정은 분)마저 일본군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고애신의 운명은 조선과 동일시된다. 유진 초이와 동매와 그토록 지키기 위해 애쓸 고애신의 목숨은 곧 조선이라는 나라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스터 션샤인'의 로맨스는 그 자체로도 좋지만, 잃어버린 나라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애국심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라는 점에서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