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음유시인' 밥 딜런(77)이 8년만에 내한했다. 전세계적으로 '뮤지션의 롤모델'로 통하는 밥 딜런의 내한 소식에 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남녀노소 관객들은 설렌 마음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밥 딜런은 지난 27일 오후 8시 서울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 공연을 열었다. 이날 총 7000여명의 관객이 운집, 시를 음악으로 옮겨놓은 밥 딜런의 음악을 경청했다.
밥 딜런은 소박하게 공연장을 꾸몄다. 그러나 오직 음악과 음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아늑하고 실용적인 조명 장치로 몰입도를 높였다. 관객들은 그가 노래하는 동안에는 휴대전화 켜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며 오직 무대에 집중했고, 무대가 끝난 뒤에는 감동의 박수로 화답했다. 리듬감 있는 곡이 나올때면 함께 박수로 템포를 맞추며 조화를 이뤘다.
이날 밥 딜런은 'Simple twist of fate' 'Honest with me' 'Trying to get to heaven' 'Trying to get to heaven' 'Feel my love' 'Pay in blood' 'Tangled up in blue' 'Early roman kings'를 비롯해 수많은 명곡을 연이어 들려줬다.
무대가 끝난 후 조명이 꺼지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를 보냈고 밥 딜런은 밴드와 함께 다시 등장, 'Blosin' in the wind' 'Mr. Jones'를 열창하며 막을 내렸다.
이날 밥 딜런은 2시간 내내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하모니카를 불며 쉼 없이 노래를 했다. 한국 팬들을 위한 인사말은 없었으나 모든 무대를 마친 후 관객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린 채 감사의 제스처를 취했다.
관객들은 밥 딜런의 공연 후 모두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아쉬움을 달랬다.
밥 딜런은 세계 음악계의 자산이자 살아있는 역사다. 지난 2016년에는 전통 문학인이 아닌 뮤지션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가사에 담긴 시적 표현과 가슴을 울리는 내용이 노벨문학상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지난 1962년 데뷔한 밥 딜런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장르에 몰두했던 것을 바탕으로 포크와 록, 재즈 등 다채로운 곡들을 발표했다. 그가 이제껏 발표한 노래를 700여 곡에 육박하고 앨범 판매량은 1억장을 넘어섰다.
세기를 관통하는 뮤지션답게 수상 이력도 남다르다. 1991년에는 그래미 어워즈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시적인 가사와 곡을 통해 팝 음악과 미국 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친 공로로 퓰리처상 특별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2012년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영예인 ‘자유훈장(Medal of Freedom)’을 수여 받았고 연이어 2013년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르’도 거머쥐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밥 딜런은한국 공연을 거쳐 29일 후지 록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오른 뒤 대만, 홍콩, 싱가폴, 호주 등에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