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PD들은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를 통해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기대와 꿈을 안고 우리 모두 MBC에 들어왔다"며 "하지만 더럽게 재미없고 먼지만한 감동도 없는 뻔뻔한 막장 드라마가 벌어지는 이 현실에서, 제작진도 아닌 출연진으로 서는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조리한 지시와 몰상식한 압력에 울분으로 맞서기도 했고, 변해버린 제작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동료들을 무력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믿고 거르는 엠빙신 드라마'의 오명을 고스란히 떠안고 서러워 울기도 했다"며 "그러는 사이, 이 곳은 경영진이 사익을 위해 정윤회의 아들 정우식을 출연시키는 개인 방송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분노했다.
또한 PD들은 "지금까지의 모멸과 오욕의 세월을 딛고, 우리는 다시 파업 현장에 나선다. 우리가 꿈꾸던 이곳에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싸움에 나서려고 한다"며 "제작 자율성은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선언한다. 끝까지 싸워 반드시 당신들을 우리들의 일터에서 몰아낼 것이다. 저열한 사리사욕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행과 무능하고 치졸한 경영파행을 도려낸 자리에 우리의 드라마는 다시 쓰일 것이다. 새로 만들어질 MBC에 더 이상 당신들의 드라마는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 '나 혼자 산다' 등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 이어 드라마도 결방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성우 PD 역시 이날 MBC 새 주말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다음주부터 파업이 시작되는데 이번주까지 방송 일정에 차질은 없다"면서 "부분적으로 참여할 것인지, 직접적으로 참여할 것인지 조합원들과 협의 중이다. 전혀 방송에 차질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진행 사항을 보면서 결정해야 할 것"고 말한 바 있다.
이번 MBC의 총파업은 지난 2012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MBC 구성원들은 려 170일에 달하는 장기파업을 이어갔다. '무한도전'은 무려 6개월 동안 재방송으로 대체 방송됐고, 당시 인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결방을 결정하기도 했다. MBC의 메인 예능과 드라마가 결방이 가시화 되고 있는 만큼, 이젠 파업 장기화에 따른 결과도 함께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MBC는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문건 폭로 이후 일부 기자 및 PD들이 제작 중단을 선언했고, 이후 방송 자율성 침해에 대한 내부 인력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총파업 추진 규모가 확대됐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총파업 투표를 실시했다.
이후 지난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전체 조합원 1758명 중 1682명이 투표, 이 중 1568명이 파업에 찬성(93.2%)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총파업 찬반투표가 투표율 95.7%, 찬성률 93.2%로 가결되며, MBC는 오는 9월4일부로 김장겸 MBC 사장 및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