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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UW 졸업식서 왜 데모가 벌어졌을까?

친 팔레스타인 계열, 캐터필러 이사인 헌츠먼 기조연설해 항의


<레이첼 코리 생전모습>

캐터필러 불도저가 죽인 레이첼 코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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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대학(UW)이 지난 15일 센추리링크 필드에서 제138회 졸업식을 화려하게 개최한 가운데 졸업식장 밖에서는 비폭력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친 팔레스타인 계열로 이날 졸업식의 기조 연설자가 존 헌츠먼에 대한 항의 표시를 한 것이다.

이들이 이날 시위를 벌인 것은 헌츠먼이 몰몬교도이기 때문도, 공화당 출신의 주지사여서도 아니었다.

이유는 그가 세계적인 중장비 제작업체인 캐퍼필러의 이사라는 이유였다. 바로 캐퍼필러의 불도저가 10년전인 2003년 워싱턴주 올림피아 출신의 평화활동가였던 레이첼 코리를 숨지게 했기 때문이다.  위 사진들은 불도저를 막고 있는 모습에서부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최종적으로 목숨을 잃은 장면을 담은 것들이다. 
 
평화운동가 레이첼 코리
2003년 가자지구 강제철거 막다 62톤 불도저에 숨져

레이첼 코리는 1979 410일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태어났다. 현재 살아있다면 34살이다.
자연과 더불어 자유 분방하게 자랐던 코리는 꿈 많은 아이였다

그녀가 초등학교 5학년때 썼던 장래 희망은 <변호사ㆍ춤꾼ㆍ배우ㆍ엄마ㆍ동화작가ㆍ마라톤 선수ㆍ시인ㆍ피아니스트ㆍ애완동물가게 주인ㆍ우주비행사ㆍ환경운동가ㆍ인권운동가ㆍ심리학자ㆍ발레 교사, 사상 첫 여성 대통령…>

그러던 코리는 중학교 1학년 때 교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동맹휴업을 주도할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의 당찬 소녀로 성장해갔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6주 동안 러시아 사할린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그녀의 어머니 신디 코리는 레이첼이 러시아에 머물면서 ‘어려운 이웃들’에 눈을 뜬 것 같다”고 말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코리는 에버그린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한 뒤부터 외부 활동에 열심이었다. 대학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매주 짬을 내 지역 정신병원에서 환자 도우미로 자원봉사를 했고, 워싱턴 주정부 소속 환경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려고 아예 1년간 휴학을 하기도 했다.

올림피아와 라파 자매결연 맺어 주고 싶어

2002년 가을 대학 4학년이 된 코리는 '엉뚱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최남단에 자리한 라파와 고향인 올림피아를 자매도시로 맺어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 시작으로 라파와 올림피아의 어린이들간 펜팔을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평화운동단체인‘국제연대운동’(ISM)의 일원으로 활동하려고2003 122일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당시ISM은 요르단강 서안지역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그곳에서 이틀간 교육을 받은 코리는 사전 준비작업을 거쳐 2003 127일 이스라엘군 에레츠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갔다.

미국의 진보적 격월간지 <머더존스> 2003 910월호에서 “당시 코리가 교육받은 내용 가운데는 시위와 관련한 안전수칙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최남단, 시나이반도 이집트 국경과 맞닿아 있는 라파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난민촌이다. 코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스라엘군이 ‘안전’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주민 가옥 강제철거에 한창 열을 내고 있을 무렵이다

라파에서의 첫날 밤을 코리는 라파 중심가 ‘블록J’에서 천막을 치고 보냈다. 이스라엘군 감시초소에서 시도 때도 없이 총탄이 날아들었다. 당시 코리 일행의 통역을 맡았던 팔레스타인 활동가는 <머더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3년 초는 거의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이스라엘 땅과 맞닿은 가자지구 바깥쪽 전역에서 강제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국제연대 활동가들도 다른 일엔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오로지 강제철거를 막기 위한 비폭력 저항운동에 집중했다.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  명예회복 위해 '1달러' 소송내 
 
오랜 세월 야만적 폭력에 길들여진 주민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코리는 아랍어를 배우며,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서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갔다. 그 해 314일 현지 <중동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코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생존능력 자체를 조직적으로 파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주민들과 저녁 식사를 하려고 마주 앉으면, 나와 함께 식사하는 이 사람들을 죽이려는 무기가 사방에서 번득이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라 겁을 집어먹고는 한다.
 
2003 316, 그날도 이스라엘군은 라파와 이집트 국경 사이에서 대대적인 철거작전에 나섰다. 이날 동원된 불도저는 일명 ‘두비’(곰인형)로 불리는 ‘캐터필러 D9R’였다. 이 불도저는 ▲길이 8.1m ▲너비 4.5m ▲높이 4m의 거대한 몸집에 무게만도 62톤에 이른다. 방탄 기능은 물론 기관총과 유탄 발사기 등까지 장착할 수 있단다. 중장비보다는 중화기에 가깝다.

맨몸으로 불도저 막자 그대로 뭉개고 지나가
 
이날도 코리는 동료 활동가 7명과 함께 철거 현장으로 내달렸다. 여느 때처럼 붉은 형광색 재킷을 받쳐 입고, 손에는 메카폰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몇 차례 묵은 적 있는 팔레스타인 약사 사미르 나스랄라의 집으로 돌진해오는 거대한 불도저 앞을 맨몸으로 막아섰다

순식간이었다. 불도저는 멈추지 않았다. 코리는 쓰러졌다. 그날 오후 55분께 코리의 뭉개진 몸을 실은 적신월사 구급차가 나자르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15분 뒤인 그날 오후 520분께 그는 마지막 숨을 거뒀다. 2311개월의 삶이 그렇게 스러졌다.

증언은 엇갈린다. 현장에 함께 있던 ISM 활동가들은 당시 인터뷰에서 “불도저를 몰던 이스라엘군 병사가 고의로 코리를 덮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201143일 보도에서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군 지휘관의 말을 인용, “그날은 가옥 철거가 아니라 이미 철거된 건물의 잔해 정리 작업만 예정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도치 않은 사고’였다는 주장이다.

코리가 숨진 지 나흘 뒤인 2003 320일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아랍권 전체가 들썩였다. 팔레스타인 땅도 마찬가지다. 가자지구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그 해 45일 코리의 동료인 ISM 활동가 브라이언 에버리가 얼굴로 날아드는 총알을 맞고 중상을 입었고, 엿새 뒤인 411일엔 톰 헌덜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그야말로 ‘미쳐 돌아가는’ 세월이었다.

2010 2월 코리의 부모는 오랜 준비를 거쳐 이스라엘 군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청구 금액은 ‘1달러’, 억울한 죽음의 책임만 물으면 족하다는 뜻이 담겼다. 현장을 목격한 ISM 활동가들의 입국을 거부하던 이스라엘 정부는 미 국무부의 항의를 받고서야 이를 허용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코리를 돌봤던 팔레스타인 의료진은 끝내 가자지구에 발이 묶여 증언대에 설 수 없었다. 재판은 지루하게 이어졌다.
 
"이스라엘군 아무 잘못 없다"
 
지난해 828일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지방법원 재판부는 25개월여의 심리를 마감하고 선고공판에 나섰다. 현지 <이스라엘타임스>가 전한 기사를 보면, 재판부의 판결은 이렇게 요약이 가능하다.

첫째, 코리의 사고였다. 사고를 자초한 것은 코리다. 충분히 위험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둘째, 이스라엘군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사건을 의도하지도, 당시 부주의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사건 발생 불과 몇 시간 전에도 주변에서 이스라엘군을 겨냥한 무장공격이 벌어졌다. 따라서 현장에 있던 이스라엘군 병사들은 ‘전투행위 도중’이었으므로 어떤 책임도 면할 수 있다.”
 
시애틀N=박승현 기자, 한겨레21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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