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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터닝 포인트 2021] 품위를 되찾게 된 미국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1'이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치유와 변혁의 시대: 공존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터닝 포인트: 추악한 트럼프의 시대가 저물어감에 따라 미국은 과거의 유대관계에 대해 단순한 복원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완전한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목소리가 잦아들고, 중심부에서 밀려나고, 거의 빈사 상태가 됐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 핵심인 ‘진실 존중’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도전받았고, 저항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2021년 1월에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품위가 마침내 백악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으며, 이는 근본적인 도덕적 변화다. 이제 전 세계 독재자들이 막무가내로 휘두르던 최악의 전권행사는 더 이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바이든은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여유 있게 승리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자신의 승리를 ‘대대적인 압승’이라고 말했을 때와 정확하게 같은 수치다. 그의 모든 이의 제기와 허풍도 이 사실을 되돌릴 수는 없다.      

선거 결과가 판가름 난 직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 이양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그의 역겨운 태도는 분노할 일을 하도 많이 겪은 이 나라에서 이제 그리 놀라워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행태를 통해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민주주의의 제도와 전통을 묵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간 미국이 보여준 권위주의적 경향은 세계 질서를 큰 위험에 빠뜨렸다. 유럽은 진작부터 법과 인권을 수호하는 데 있어서 고립감을 느꼈다.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들려오는 그 음흉하고, 유혹적이고, 호소하는 목소리는 자기 강박증을 내뿜으며 모두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천재성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거기에 호소하는 소셜미디어(SNS)가 그의 흉포한 에너지를 추진했다. 이제 그 악몽이 사라짐에 따라 그 에너지도 작아졌다. 갑자기 우리에게는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겼다.     

생각할 것이 참으로 많다.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해왔던 세계 질서는 사라졌다. 이는 바이든의 대통령 임기 중에도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무단이탈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무기력해진 가운데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리더가 없는 세계가 드러냈다.      

코로나19가 쌓아 올린 장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원격근무에 기반을 둔 경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와 함께 외로움이라는 잠재적으로 황폐해진 심리적 충격도 동반될 것이다.      

서구 사회의 민주주의 모델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끈질긴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은 억압적인 감시 국가로 부상 중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민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살인하고, 약탈하고, 강간할 수 있다”며 “모든 범죄는 반드시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민자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진보적 사상은 쓸모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규모의 이주, 기술적 파행, 코로나19와 연계된 경제난, 중산층의 공동화 등은 민족주의를 유발한다. 또한, 민족주의가 의존하는 희생양이 번창하는 여건도 조장한다. 이러한 환경은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같은 인물들이 이끌어온 비자유주의적 움직임을 계속해서 자극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과제는 부의 형평성은 물론 더 넓은 경제적, 교육적 기회가 출발점으로 포함되는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부자들에 대한 면죄부와 확대되는 불평등은 ‘사회’를 깨뜨렸다. 이제 사회는 특정한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한 공동체로 이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시 엘리트들과 그들의 핵심부 사이에 문화적 틈새가 극명하게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7,200만 명이라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가 그들에게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다가갔다는 것을 나타낸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에서 인식론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실패한다고 진단했다. 
   
자유주의자들과 그와 다른 생각을 지닌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언어 그 자체도 분열돼 있다. 교활한 사기꾼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현상이 자신에게 열어준 정치적 틈새를 포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향수는 확인되지 않은 미국의 위대한 시기에 대한 것이다. 이 시기에 재산을 소유한 백인 남성들은 권력을 독점했고, 여성들은 가정주부로 집에 머물러 있었으며,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지배는 도전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격한 인구 통계 변화와 급변하는 경제 지형이 가져다준 불안감과 굴욕감 위에서 번성했다. 그는 백악관을 떠나는 일에 미적대고 있다. 만약 떠난다면, 아마도 감옥으로 가게 될 것이고, 그러면 트럼프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상징을 찾아 나설 것이다.      

바이든은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를 포함한 미국적 가치의 중요성 재확인, EU 및 전 세계 동맹국들과의 흔들린 유대관계 재건, 미국에 대한 신뢰 회복 등에 나설 것이다. 또한, 개방무역과 규칙에 기초한 세계 질서의 상호 이익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로섬 접근법 폐기에도 착수할 것이다.     

중동에서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에서 벗어날 것이다.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에 관해서는 좀 더 균형 있는 접근법을 모색하고 이란 핵협정을 되살릴 방안도 마련할 것이다. 바이든은 미국의 정책에 대한 절차를 복원할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대한 혼란스러운 대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감과 충동에 근거한 정책 대신 합리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정책을 되살릴 것이다.     

바이든이 꾀하려는 이 같은 변신은 다 좋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세계는 변했고, 과거 상태에 대한 탐구가 새로운 대통령의 나침반이 되면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성과 브렉시트는 유럽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전략적 자치’라고 평가한 바 있다. 독일은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이 유럽 전체의 채무에 대한 연대 책임을 허용했다. 즉, EU가 정부처럼 자금을 차입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는 더욱 강력하고 통합적인 유럽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다.      

이제 유럽과 미국 간의 ‘뉴딜’이 필요하다. 이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 동맹과 종종 중복되는 이해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유럽의 해방을 인정하고 미국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내용이어야 한다.     

유럽의 진화는 순전히 상업적이었던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팽창주의를 따르는 중국은 체제 경쟁자로 보인다.     

EU는 중국의 홍콩 억압에 대응해 제재를 가하는 등 중국의 인권 탄압에 비판적 입장이다. 중국인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우월적인 모습으로 대응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당연히 회의적이다. 그래도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 협력하기를 원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서구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노골적인 대립은 피하면서 시 주석의 중국과 단호히 맞서는 적절한 지점을 찾는 것이다.     

중국은 서구 자유주의 모델에 노골적인 위협이다. 우리는 이 위협을 반드시 인식하고, 이에 저항해야 한다. 이를테면, 중국의 기술은 중립적이지 못하다. 기술은 중국 정부에 정보가 전달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국은 또한 세계 경제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규약을 외면하는 분노한 ‘중국 우선주의’는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필요하고 변덕스러운 호전성으로 인해 강대국과 이를 대체할 강대국 사이의 어려운 관계는 불필요하게 복잡해지고 말았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그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반응이 느리고, 행동이 둔하고, 본질적으로 다사다난하다. 또한, 완고하기는 하지만 도발을 당하면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독재자의 일방적 결정과 인간의 존엄성 및 자유의 추구가 서로 타협이 불가함을 안다. 또한, 한데 뭉쳐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량배 국가를 상대로 “넌 해고야!(You’re fired!)”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몹시 듣기 싫어하는 표현이겠지만 말이다. 그 결과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21세기의 희망은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조만간 코로나19 백신이 나올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이제 곧 품위를 갖춘 미국 대통령이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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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저 코언은 NYT 칼럼니스트다. 1990년 NYT에 입사한 후
                                         특파원과 국제부 에디터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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