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월 01일 (월) 로그인 PC버전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신년시-윤석호] 새해, 택배로 오다



윤석호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새해, 택배로 오다
 
택배가 왔다 
보다 못해 새해가 배달됐다 
차라리 홀가분하다
 
먹다 만 시간들 
유통기한이 끝난 감정들을 싹 치우고 
하얀 냉장고 속살 안으로 새 시간을 챙겨 넣는다
 
택배 속에 희망 같은 것은 없다
제때 챙겨 먹지 못해도 
쉽게 상하지 않을 거라는 위로가 희망이다
씻고 다듬고 무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게 희망이다
 
시간은 아껴봤자 쓸데가 없다
필요할 때 딱 뚜껑을 따고 함께 나눠 마시면 된다
일회용 개별포장이 무리한 희망을 예방한다
사용 즉시 깔끔하게 과거 완료형 시제로 바뀌는 마음
 
때론 목이 메 삼키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소화할 수 없어 속앓이할 때도 있을 것이다
분주하게 모였다 정신없이 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은 음식이 식탁에 가득할 때도 있을 것이다
시간에게 맡기면 된다
 
택배는 후불이 없다
우린 이미 나이 한 살을 결제했다




분류
Total 32,130 RSS
List
<<  <  13  14  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