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호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새해, 택배로 오다
택배가
왔다
보다
못해 새해가 배달됐다
차라리
홀가분하다
먹다
만 시간들
유통기한이
끝난 감정들을 싹 치우고
하얀
냉장고 속살 안으로 새 시간을 챙겨 넣는다
택배
속에 희망 같은 것은 없다
제때
챙겨 먹지 못해도
쉽게
상하지 않을 거라는 위로가 희망이다
씻고
다듬고 무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게 희망이다
시간은
아껴봤자 쓸데가 없다
필요할
때 딱 뚜껑을 따고 함께 나눠 마시면 된다
일회용
개별포장이 무리한 희망을 예방한다
사용
즉시 깔끔하게 과거 완료형 시제로 바뀌는 마음
때론
목이 메 삼키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소화할
수 없어 속앓이할 때도 있을 것이다
분주하게
모였다 정신없이 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은
음식이 식탁에 가득할 때도 있을 것이다
시간에게
맡기면 된다
택배는
후불이 없다
우린
이미 나이 한 살을 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