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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수필-경영숙] 배추 한 포기와 오징어 열다섯 마리



경영숙 수필가(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배추 한 포기와 오징어 열다섯 마리
 
 
이맘때가 되면 바람결에 낙엽을 훌훌 벗어 버린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새들은 먹거리와 둥지를 찾기 위해 지저귀며 날갯짓을 하고 겨울 채비를 한다.

사람도 월동 준비로 김장을 한다. 배추 한 박스와 무 다섯 개로 연례행사 준비를 하며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잊었다며 배추 한 포기를 달란다. 답례로 낚시꾼 남편이 냉동시킨 오징어 열 다섯 마리를 보내왔다. 김치 담아서 주겠노라 인사를 했다. 이렇게 수지 맞는 장사가~. 

김치 작업을 끝내고 보니 일곱 병이 나왔다. 흐뭇했다. 하루가 지나니 김치 한 병을 더 달란다. 배추 한 포기보다 김치 한 병을 준다고 한 나의 빈 말이 참 말이 되었다. 김치 한 병을 보내고 계산을 해보니 그래도 남는 장사다. 혼자 웃었다

그리고 며칠 지난 후 다시 김치 한 병을 사겠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장사가 아니니 그냥 가져 가라고 했다. 굳이 사겠다고 하기에 그러면 다음에 오징어를 잡으면 달라고 했다. 김치 한 병을 가져가고 곧 바로 냉동된 오징어 열 마리를 가지고 왔다냉동실에 오징어가 가득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남는 장사다. 머릿속이 김치와 오징어 계산에 한참 복잡했다.

사실 김치를 담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다듬어 소금물에 절이고 간과 재료를 잘 혼합해서 완성하기까지 정성을 드려야 한다. 조미료를 넣지 않아야 오래 보관하며 끝까지 변하지 않고 먹을 수가 있다. 사실 나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소지한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나 홀로 요리연구가다.

재수를 하면서까지 얻은 자격증이고 보니 그때 그 상황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필기 시험은 기본, 학원에서 배운 실기 시험 등 50문제를 완벽하게 실습을 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쉬운 일이 없지마는 조리사 시험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리사 시험을 거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터득했다. 위생ㆍ준비ㆍ절제ㆍ빠른 동작ㆍ맛의 묘미ㆍ매너ㆍ뒷마무리ㆍ청결 등, 가정에서 주부들이 만드는 음식에 가족들은 항상 감사해야함을 새삼 느낀다. 특히 음식 사업하시는 분들의 노고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집에서나 외식할 때나 되도록이면 음식을 남기지 말아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현 시대에 아무리 물자가 풍부해도 모든 사람들은 아껴 쓰는 습관이 있어야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아끼려면 각자 깨달음이 있어야 하고 나의 현 위치에서 뒤를 돌아보는 자세가 있어야 되리라고 본다. 김치의 칼칼한 맛은 양념 속 갓에서 나온다고 한다

지금 냉동실에는 손대지 않은 오징어 스물다섯 마리가 들어있다. 아직 김치가 몇 병 남아 있다. 또 김치를 달라고 하면 오징어 열 마리, 모두 서른다섯 마리가 되겠지! 배추 한 포기에 오징어 숫자를 헤아리다 보니 계산 능력이 빨라졌다. 혼자 웃고오징어 부자가 된 기분이다.

한 해는 이렇게 저물고 2016년 새 아침이 밝아 오고 있다. 귀한 오징어로 어떻게 하면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을까?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중이다. 배추 한 포기에 오징어 열다섯 마리!  새해에도 재미 있는 행운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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