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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시-문창국] 분노의 눈동자



문창국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부회장)
 
 
분노의 눈동자
 
 
오랜 침묵의 시간동안 내 영혼의 떨림은
산마을 어둔 그림자 격랑 속으로 사라졌다
 
암흑 속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의 거리낌 없는 손
풀잎은 꺾이고 잔가지는 부러져 떠돈다
새로운 소식은 금간 항아리같이 배달되지 않았다
 
붉은 신호등처럼 뻔뻔하게 켜있는 사거리
조급한 행인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도로 가운데로 뛰어 든다
 
나는 이 광경을 바라본다,
나는 너를, 죽을 만큼 사랑한다
그러나, 너에게 가까이 가지 못한 나는
창가에서 시든 꽃을 흔든다
 
버튼을 누르라
저격의, 파괴의,
암울한 소식은 의미 없는 엽서처럼 신속하게 배달되고 있다
 
전쟁의 깃발은 누구를 위하여 휘날리는가,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눈을 감는다, 나를 더 깊은 어둠으로 내몰기 위하여
귀를 막는다, 침묵의 터널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너를 사랑할 힘을 잃었다
 
사거리 신호등의 붉은 눈, 뒤엉킨 차량과 행인들
점점 더 창백해진 내 얼굴, 손에 들린 시든 꽃
바닷가에 버려진 나무토막같이 공포를 껴안은 웅크린 몸,
푸른 하늘도 외면한 모래 속에 얼굴을 묻은 아이
흩어지는, 모래처럼 메마른 동정의 말들
 
젊은 어머니의 불어난 젖이 갈매기처럼 출렁거린다
사기조각으로 심장을 후벼 파는 성난 파도
 
붉은 노을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모든 어머니의 충혈된 원망이 낙조로 흩어진다
오늘 저녁 석양은 절망을 물들인, 성난 눈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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