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숙 수필가(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풍경이
나를 부를 때
넓은 창이 정원 쪽을 향하여 나 있는 침실을 좋아한다. 휴일에 집에 있을 때, 어머니가 그리워질 때, 소나기가 시원스레 내릴 때, 그리그의 페르 귄트의 그윽함 때문에 행복에 겨울 때, 누군가 내 속을 썩여 마음이 상할 때, 창 앞에 서서 작은 정원을 내다본다.
세상의 모든 소란함과 서두름은 저 멀리 물러가고 대신에 푸른 하늘, 살랑대는 미풍에 손짓하는 백합화의 잎사귀 그리고 정원에 뿌리를 내린 지 2년째 되는 호스타가 금빛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잎을 펼치는 모습은 황홀하다.
소나무
향과 흙냄새가 은은히 퍼지는 그곳에 펄쩍 누워 푸른 하늘을 가슴으로 품고 싶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는 침묵한다. 그곳에 진정한 평화와 생의 기쁨이 있다.
꽃은 날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겉모습은 어제의 그 꽃 같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제의 것이 아니다. 새로운 빛깔과 향기로써 그날을 활짝 열고 있다. 그러다가 제 몫을 다하고 나면 머뭇머뭇 뒤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뚝뚝 무너져 내리는 그 초연함…
말 없는 가운데 삶의 모습과 교훈을 보여주는 한 송이의 꽃이 오늘은 내 스승이다.
뜰의 한
귀퉁이에서 뿌리를 내린 백장미의 꽃봉오리가 환성이라도 지르며 만개할 것 같은 날 화사하게 부서지는 햇살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친구 삼아서 꽃에 말을 걸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마음이 녹아 내리면서 내 마음의 풍경이 다시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