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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황순이 시인] 수면 위에 떠오른 옛 생각



황순이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수면 위에 떠오른 옛 생각
 
 
 
평생 뱃사람
마지막 승선하던 날
처음으로 부두에 나가 손 흔들어 주었는데
본 척 만 척, 뱃머리 돌려 떠나고
뿌웅, 뱃고동 소리와 하얀 물거품만 내 품에 안겼다.
돌아서는 나의 가슴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다.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니
석양은 산 위에 있는데
노을 진 하늘이 애틋한 향수로 남아 있어
한 바가지 떠서 떠나는 배에 실어 보냈다.
거센 비바람 모질게 불어도
사람보다 바다가 좋다던 갈매기 같은 남자
달 밝은 밤, 달빛이 조타실에 스며드는 밤이면
아무리 무정하나 고향생각 했겠지.
수십 년 지나고야 새삼스레 그때 그 일이
수면에 떠오른다.
반 백년 살다간 그 사람의 옛 이야기
세월 따라 걸어온 그 길이 너무 멀었다.
 

<해설>

남편은 평생 뱃사람, 그가 어느 날 승선하던 때 화자는 처음으로 부두에 나가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무심한 그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떠나 가슴에 구멍을 남겼다

그래도 하늘에 진 노을을 한 바가지 떠서 그의 떠나는 배에 보냈는데 그와의 인연은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던 것이다

사람보다 바다가 좋다던 갈매기 같던 그 무정한 남자, 그러나 달빛이 배 안으로 스며들면 고향과 집을 생각했으리라고 그녀는 믿어왔다

화자는 수십 년 지나 새삼 수면 위에 떠오른 50세도 안되어 사별한 남편, 그 무정했던 남편을 아직도 마음속 깊이 그리워하고 있음을 석양빛과 달빛 같은 서정적 정조로 표출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화자와 그녀 남편과의 비련에 대한 깊은 페이소스와 연민의식을 불러 일으켜 일단의 시적 효과를 획득하고 있다. 좋은 작품은 시의 테크닉이나 형식에 앞서 진곡한 삶의 내용으로 감동을 주는 것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아름다움은 슬프나 진실한 혼의 열매이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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