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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 23년간 인공호흡기로 연명한 사연-김 준 장로



김 준 장로(칼럼니스트)

 
23년간 인공호흡기로 연명한 사연
 

필자가 이민 온 다음 해, 1980
당시 고국에서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였고 강연장 마다 만원을 이루던 Y대학 K교수가 시애틀에서 신앙 부흥회를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워싱턴주는 물론 오리건주 포틀랜드, 캐나다 밴쿠버에서까지 동포들이 모여와 3일간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마침 그 해가 K교수 부인의 60세 환갑이던 해여서 부부동반으로 부흥회를 겸한 뜻 깊은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때 K교수 부부를 모시고 몇 군데 관광지를 안내해 드렸는데 K교수는 별로 피로한 기색이 없었지만 부인은 시차 때문인지 몹시 피곤한 듯,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차만 타면 졸음을 이기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3일간의 집회를 은혜 가운데 마치고 K교수 부부는 예정대로 시애틀을 떠나 캐나다를 거쳐 유럽까지 돌아 귀국하도록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K교수로부터 나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지 며칠 만에 부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생명은 붙어 있지만 말도 못하고 의식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최고 수준급 의료진들의 노력에도 효과가 없어 미국에까지 와서 재활치료를 시도했지만 효험이 없었습니다. 상태는 갈수록 악화되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식물인간의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생과 사의 한계가 불분명한 상태로 5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K교수는 담당 의사로부터 조심스러운 제언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의술로 회복시킬 가망이 없고 가족들의 인내와 희생에도 한계에 다달았으니 자연스럽게 환자의 생을 정리해 드리는게 어떻겠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녀들도 어쩔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최종 결단은 역시 남편인 K교수가 내려야 했습니다

비록 식물인간이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생명 줄을 앞에 놓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다가 그가 평생 신봉해온 신앙에 따라 하나님께 마지막 호소와 함께 그 분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영감을 통해 듣고 싶은 마음에서 의식도 없는 아내의 두 손을 꼬옥 붙들고 간절한 심정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를 마무리하면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리옵나이다라고 하는 순간 환자의 입에서 아멘이라는 소리가 또렷하게 흘러나왔습니다남편의 기도를 다 듣고 아멘으로 화답까지 하는 아내의 생명선인 인공호흡기를 K교수는 도저히 제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의술이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된 것이라면 그 의술이 다다를 수 있는 한계점까지 가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는 가족들과 의사에게 그의 뜻을 알리고 담담하게 회복의 기약이 없는 아내의 간병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또 18, 그 전의 5년과 합쳐 장장 23년간의 순애보를 엮어가다가 그 부인은 83세가 되던 해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인간이 온갖 질병으로 겪는 고통 때문에 안락사라든가 품위 있는 임종을 말하기도 합니다마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처지와 상황적인 요인에 따라야 할 일이지 보편화 시킬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3년간의 헌신적인 사랑의 역사를 마감한 K교수가 어느 종합병원 의료진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느 남편이 부인을 여읜 후 그렇게도 그리운 그 부인이 꿈에서조차 나타나질 않자, 생시에 다툼도 많이 했는데 꿈에라도 한번 와서 싸움이라도 좀 하고 가지하면서 고인을 못 잊어 하더군요. 여러분, 꼭 부탁드립니다. 사랑은 언제나 할 수 잇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서로 위해주고 사랑하세요. 때를 놓치면 아무리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23년간 메아리 없는 사랑을 베푼 노교수에게 아직도 못다한 사랑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영원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준 장로의 <신앙과 생활>을 추가로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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