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시인(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불 면
껍질을 벗겨내는
망상들이
침적토 속
허상을 건져 올려
뒤집어 쓴
얼룩을 털어 낸다
움켜쥔 집착
문질러 비비고
헹궈가며
한밤을 비틀어
돌아올 수
없는 세월 거슬러
메마른 마음속으로
날아가
자르고 지우고
버리며
어제로 돌아간다
반짝이는
새벽 별빛
걷어 낸
아리함이
파란 유리
구슬되어
뼈 속에
묻어 둔 물 젖은 갈망
닭이 울어
날이 샌다.
<해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불면의 밤을 지새우면서 잠재의식과 의식의 이중적 경험을 예리한 감각의 언어로 빚어낸다.
그는
내면에 존재하는 “망상”의 “허상”을 건져 그 “얼룩”을 털어내어 무의식의 진상(眞相)을 찾고자 한다. 그것은
불면의 근원인 “움켜진 집착”이고 그것과의 치열한 투쟁은 파괴적이고 과거 지향적이다.
그러나 그 자기
집착 또는 불면의 진상은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새벽 별빛”과 “파란 유리 구슬”의 형상으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다시 말해 그의 불면의 진상은 허상이 아니라 “뼈 속에 묻어 둔 물 젖은 갈망” 즉 그의 내면에 눈물로 하늘을 우러러 소망하는 꿈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면의 산통으로 “파란 유리 구슬”같은 “새벽 별빛”을 구득함으로써 그의 삶은 건강하고
신선하다. 불면의 고통을 통한 자아 구원의 공고한 주제의식과 참신한 이미지들로 직조된 표현의 기량이
돋보인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