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76)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68)의 탄핵으로 31일(현지시간) 권한대행 꼬리표를 데고 대통령직에 공식 취임했다. 30년에 이르는 정치 인생을 킹메이커로 살아온 그가 드디어 왕좌에 오른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는 브라질 정치계의 대표적인 '킹메이커'다. 지난 2010년 대선과 2014년에서 지우마 호세프 후보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2011년 호세프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그는 막후에서 호세프를 도왔다.
그러나 브라질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스캔들 관련 의혹으로 호세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면서 테메르 당시 부통령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테메르는 조심스럽게, 점진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중도 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출신인 그는 좌파 호세프에 반기를 들며 시장 친화적 정책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엔 "장식에 불과한 부통령으로 취급된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킹메이커'가 아닌 '킹'이 되겠다는 포부는 현실이 됐다. 지난 3월 그는 노동당과의 연정을 파기하고 PMDB 대표직에 오르면서 호세프에 완전히 등을 돌렸고, 5월 탄핵심판으로 권한이 정지된 호세프를 대신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에 올랐다.
일각에선 테메르가 차기 대선에 출마해 진정한 왕좌를 노릴 수도 있다고 본다. 하원의장을 세차례나 연임했고, 2001년부터 2010년까지 PMDB 대표를 지내며 쌓은 정치적 기반이 견고하다는 판단을 판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지난 7월 여론조사 기관 다타폴랴(Datafolha)에 따르면 테메르 내각의 지지율은 14%에 불과했다. 부패 의혹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테메르가 권한대행이 되면서 꾸린 임시 정부에서 각료 3명이 페트로브라스 스캔들과관련 의혹으로 물러났다. 일부는 검찰과의 플리바겐(수사에 협조하면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에서 테메르 대행의 이름을 언급했다.
복잡한 사생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브라질의 퍼스트레이디가 될 테메르의 부인은 미스 상파울루 출신의 43세 연하 마르셀라 테데시 테메르(32)다. 마르셀라는 테메르의 세 번째 부인이며, 첫번째 부인 사이에서 얻은 첫 자식보다 나이가 어리다.
현지 언론은 또 테메르 대통령이 수백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 수십억대의 기업 사기 음모에 가담한 의혹 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