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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박세리 맨발투혼 그 후 20년



<박세리(LPGA투어 홈페이지 캡처).© News1>

다시 봐도 뭉클하다. 박세리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1998년 US 여자오픈 대회는 한편의 드라마다. 


박세리는 당시 태국계 아마추어 선수인 제니 추아시리폰 선수와 4라운드 정규 라운드를 마치고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엔 US여자오픈은 연장전으로 18홀을 다시 플레이해야 했다. 

마지막 5라운드도 박빙이었다. 초반엔 추아시리폰 선수가 앞섰다. 5번홀까지 추아시리폰 선수가 리드했다. 박세리는 한홀 한홀 차이를 좁혔다. 연장 18번홀을 마친 결과 다시 무승부를 기록했다. 

연장 18번홀에서 보여준 박세리의 투혼이 US여자오픈의 하이라이트다. 티샷이 워터해저드 옆에 떨어졌고 통상적인 경우 1벌타를 받고 볼을 옮겨놓고 친다. 박세리는 한타라도 줄이고 싶었다. 박세리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샷을 했다. 

신발을 벗었을 때 드러난 하얀 발에 온 국민이 탄성을 질렀다. 새카맣게 그을린 종아리와 하얀 맨발이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맨발로 샷을 하고 난 뒤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18번홀에서 다시 무승부를 기록한 뒤 두 선수는 19번, 20번홀 두홀을 더 경기했다. 마지막 20번홀에서 박세리는 4.5m 짜리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뒤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세리는 그 후 LPGA와 한국 골프대회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18년만인 올해 US여자오픈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박세리는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이 됐다. 지금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수많은 골퍼들은 박세리 키즈라 불린다. 어린 시절 박세리의 경기를 보며 자라나 세계 무대를 꿈꿨고 박세리 선수의 뒤를 이어 LPGA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18년간 한국 골프계는 드라마틱한 세대 교체를 보였다. 해마다 대형 신인 선수가 등장했다. 박세리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자 박지은이 등장해 맞대결을 펼쳤다. 슈퍼땅콩이라 불리던 김미현 선수와 장정,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안시현이 있었다. 

한국계 미국 선수인 미셸 위는 남자에 못지 않은 장타력을 뽐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 전인지, 김효주, 박성현, 그리고 최근 부동의 세계 1위 리디아 고(고보경)까지 한국계 골프 선수는 세계 골프계를 석권하고 있다. 

선수들의 캐릭터도 크게 달라졌다. 박세리는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 덕에 강인한 정신력을 갖췄다. 캄캄한 밤에 공동묘지에 데려가 연습 스윙을 시킨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강압에 의한 연습은 한계도 보였다. 골프밖에 몰랐던 박세리는 한번 슬럼프에 빠지자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했다. 깊은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박세리 키즈들은 박세리에 영감을 받았으면서도 새로운 길을 걸었다. 무작정 연습만 하기보다 즐기는 골프를 하는 선수가 많다.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한두번 쳐본 것이 계기가 돼 골프선수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이런 선수들이 더 오래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장황하게 골프 얘기를 꺼낸 것은 한국 경제의 세대 교체론을 꺼내기 위함이다. 

20년간 골프계가 크게 뒤바뀌는 동안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력 기업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1995년대 한국을 이끄는 주력 산업이나 2015년 한국을 이끄는 주력 산업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통신장비 자동차 전기 철강 조선업은 20년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한국 대표 기업도 마찬가지다. 20년전 10대 그룹과 지금의 10대 그룹은 사실상 똑같다. 그룹내에서 합종연횡이 진행되며 분리되거나 합쳐졌을 뿐 새로운 기업이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1969년 세워진 삼성전자가 여전히 한국 대표 기업이고 현대자동차(1967년) 포스코(1968년) 등이 모두 40년 넘게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창립된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은 이마트 롯데하이마트 아이마켓코리아 미래에셋증권 LG유플러스 현대글로비스 등 단 6곳에 불과하다. 이마저 대부분 유통 및 서비스 기업이다. 

미국에선 1990년 이후 구글 아마존 테슬라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새로운 산업이 성장했고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 단순히 매출이 많은 것을 넘어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으로 신시장을 만들었다. 

중국에선 마윈이 등장했고 샤오미 열풍과 전기차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인들의 가장 선호 직업은 CEO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이미 따라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에선 여전히 흙수저 논란과 헬조선 논란이 한창이다.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과 초등학교 교사가 손꼽힌다. 

한가지 원인만으로 답을 찾기란 어렵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정치 사회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아서일 수 있다. 해도 안된다는 패배의식도 팽배하다. 조금만 앞서거나 두각을 나타내면 질시하고 깎아 내리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력을 다해 뛰는 기업들에 박수를 보내기는 커녕 비난만 일삼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리며 '기업은 나쁘다'란 이미지도 만들어 졌다. 

기업을 해서 성공하면 '갑질' 운운하며 깎아내리고 조금 더 성장하면 각종 규제에 부딪혀 성장이 가로막힌다. 때마다 세무조사 검찰조사를 받아야 하고 국정감사까지 받아야 하니 누가 기업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앞으로 20년 내에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기업이 탄생해 경제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을까. 스타 기업을 만들고 기업인들에게 박수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가능한 일이다. 기업인은 물론 정치와 정부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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