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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의 시선] “에이, 선거 한두번 해봅니까”는 아니지 말입니다



뉴스1 주필

정치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장에서, 또 데스크에서 30년 가까이 크고작은 선거를 지켜봤지만 20대 총선처럼 말 많고 탈 많은 선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제약만 없었다면 한 TV 개그프로그램 코너인 ‘기묘한 이야기’의 소재로 숱하게 올랐을 법하다. 기이하고 황당한 일들은 지금도 활극처럼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이해다툼으로 선거 50일전까지 운동장(선거구)조차 획정하지 못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 이후 진행된 여야 공천과정의 파행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쪽이 ‘박타령’ 가락에 따라 출생 배신 보복 반전 복수 읍소 등 막장드라마의 요건을 충실히 따라가는가 했더니, 다른 쪽은 ‘주인타령’ 리듬에 맞춰 입양 배제 갈등 몽니 반전 변신 선심 등 3류 시트콤을 연출해 한통속처럼 장단을 맞췄다.      

대구의 진박그룹이 아스팔트서 무릎꿇기 이벤트를 벌인 날, 광주서 더불어민주가 느닷없이 삼성전자 전장사업 유치를 약속한 것은 압권이다. 급하면 체면도 원칙도 다 걷어차는 속성을 잘 보여줬다. 거대 기득권 양당체제의 타파와 함께 새정치 깃발을 들었던 쪽은 지도부 자중지란을 겪으며 제풀에 꺾일 뻔했으나 기득권 양당의 헛발질로 되살아난 형국이다. 말 그대로 어부지리다.       

투표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판에는 쟁점도, 인물도, 바람도 없다. 후보등록 등 선거일정이 코앞에 닥치기까지 내부 세력다툼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선거판을 끌고갈 이슈를 찾거나 유권자 마음을 살 정책을 부각시키지 못했고 이른바 ‘민주 대 반민주’나 ‘보편 대 선택’ 과 같은 큰 바람도 일으키지 못했다. 눈에 띄는 것은 노년층과 청년층을 겨냥한, 세금청구서 같은 선심 공약뿐이다. 한때 먹혔던 ‘새정치 대 헌정치’ 구호도 시들하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그 얘기가 그 얘기여서다.      

그래서 말만 거칠어지고 실없어진다. 집권당 대표가 파트너 야당을 종북집단으로 매도하고 특정지역 유권자들에게 “배알도 없느냐”고 다그친다. 친박의 맏형이라는 사람은 전관예우 관행을 자랑하며 예산을 쌈짓돈처럼 얘기한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를 자처하는 야당 대표는 개혁 근본주의자처럼 처신하더니 난데없이 민간기업을 주머니의 돌처럼 여기는 모순적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그 옆에선 노망든 허수아비니, 늙은 하이에나니 공방이 한창이다. 약자 코스프레하던 국민의당 대표의 얼굴과 말도 기존 양당처럼 독해진다.      

이러고도 선거가 끝나면 같은 지붕 밑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희희낙락할 것이다. 정치란 으레 그런 것이니까. 한때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이 상향식 국민경선 공천을 고집하며 청부공천을 일삼던 이한구 위원장과 대립하던 김무성 대표에게 했다는 “에이~ (공천) 한두번 해봅니까. 다 그런 거지~”는 말에 담긴 우리 정치의 진실이고 현실이다.       

쟁점과 바람이 없는 곳에 악의와 독설, 야유만 넘치니 유권자들은 뭘 보고 투표할까. “에이~ 선거가 그런 거지, 장사 한두번 하나”라며 또다시 냉소와 타성에 빠질까.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지지후보나 정당을 찾지못한 부동층 유권자들이 되레 늘어 25~27%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는 뭘 뜻할까. 그런데도 4월13일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 비율(63.9%, 중앙선관위 조사)이 19대 총선 조사(56.9%, 실제 54.2%) 때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은 어떤 뜻인가.      

헷갈리는 여론조사로 인해 민심의 소재를 더욱 읽기 어려운 가운데 투표 앞 마지막 주말을 맞게되자 여야 정치권은 긴급대책회의로 내부 긴장감을 높이고, 정책우열을 가리는 긴급토론을 제안하는가 하면 장외인사들에게 긴급지원을 요청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5%를 밑도는 응답률에 10%P를 넘나드는 오차범위를 가진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도, 믿지않을 수도 없는 까닭이다.        

그나마 판세를 가늠케 하는 객관적인 지표는 연령대별 유권자 분포와 투표율일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4·13 총선 총유권자 수는 4205만명(영주권자 등 재외선거인 제외)이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984만명 23.4%로 가장 많고 50대는 837만명 19.9%다. 보수성향이 짙은 50대 이상이 1821만명 43.1%로, 야당세가 강한 40대 이하 2384만명 56.7%보다 여전히 적지만 19대 총선(4018만명) 때의 39.2% 대 60.8%에 비길바가 아니다. 늘어난 유권자 187만명의 9할이 60대 이상이니 말이다. 여당이 엄살을 떨면서도 믿는 구석이다.    

야권이 믿는 대목은 투표율이다. 선관위 조사에서 적극 투표의사를 밝힌 응답이 40대 이하에서 적게는 6%P, 많게는 20%P 가까이 늘어난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3%P 안팎으로 떨어져서다. 최근 리얼미터 투표예측조사 결과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40대 64.0%, 30대 57.7%, 20대57.7%인 것에 비해 50대는 51.7%, 60대 이상은 50.2%에 그쳤다. 선거전 막판의 세결집 현상이 유달리 강한 우리 정치풍토에서 이 예측수치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지만 여야 선거승패와 별개로 선거과정이 투표율에 미친 영향의 크기를 엿볼 근거가 될 법하다.      

따져볼 또 하나의 변수는 사회과학 조사방법론에서 얘기되는 ‘에이징(연령) 효과’와 ‘코호트'(cohort) 효과다. 연령효과란 용어 그대로 연령에 따른 사고의 추이, 쉽게 말해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는 경향을 말하고 코호트 효과란 특정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해 연대감을 갖는 집단의식으로 386세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민주화 세례를 받고 이념보다 실용이 앞서는 정치경제적 환경속에서 성장하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의 격변을 경험한 세대의 정치성향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궁금하고 정치권은 초조하다. 4·13 총선이 그나마 흥행이 되는 것은 깜깜함 뒤에 펼쳐질 정치권의 새로운 지형, 우리 정치의 뉴노멀(이유식의 시선 ‘4·13 후 우리 정치의 뉴노멀 어디일까’ 참조)에 대한 호기심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시민적 책임은 더욱 중요하다. 한 장의 벽돌을 쌓는 간절함으로 던지는 한표는 그대로 새 정치지형의 디딤돌이 된다. “에이~투표 한두번 해봅니까. 다 그런 거지”는 아니지 말입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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