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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의 시선] 희망을 갖고 투표한 마지막은 언제인가



<뉴스1 주필>

#1. 당신이 희망을 갖고 투표한 마지막은 언제인가.

지난해 12월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일약 3당으로 부상해 킹메이커로 우뚝 선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가 선거구호로 내건 슬로건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의 이름인 이 정당은 2011년 5월15일 마드리드에서 ‘인디그나도스(Indignados·분노한 사람들)’ 시위를 주도한 인물들에 의해 2014년 1월 출범했다. 창당한 지 2년도 안된 신생 대안정당 포데모스가 돌풍을 일으킨 요인으로는 부패, 불평등, 긴축 등에 지친 스페인 국민의 마음을 잡은 교육. 의료, 주거 등 5대 정책과 온라인네트워크 중심의 저비용 조직구조 등이 꼽힌다.      

하지만 정치냉소주의에 빠진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당신이 희망을 갖고 투표한 마지막은 언제인가’였다고 한다. 아프고 힘들수록 투표에 적극 참여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라는 간결하고 강한 메시지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세력에 의해 지배당한다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경구를 현대적으로 원용한 표현이다.     

#2. “거의 빠짐없이 투표해 왔지만 이번엔 하고 싶지 않아. 주변을 보면 나처럼 50·60대 중·노년층에서 투표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고. 특히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천잡음이 컸던 지역일수록 그런 냉소적 경향이 강해. 말과 행동이 같을지는 두고봐야겠지만.” 4·13총선이 13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막장 공천 시트콤을 연출한 정치권의 꼬락서니에 혀를 차던 사람들도 정치게임과 승부 특유의 마력에 빠져들고 있다. 모이는 자리마다 선거 결과에 대한 관심과 전망, 4·13 이후의 정치지형과 풍향을 점치는 얘기가 꽃을 피운다.      

흥미로운 것은 앞의 얘기처럼 필자가 만나는 60대 언저리의 사람들 가운데 이번 선거과정에 염증을 표시하며 투표불참 의사를 표시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현상이다. 반면 청년층에선 '4·13총선 청년네트워크' 등 조직적인 투표독려 움직임이 일고 30·40대 장년층의 투표의지도 역대 어느 선거보다 높다고 한다.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따라 연령대별 유권자 분포가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지역주의 변수 이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이런 현상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3. 중앙선관위가 최근 내놓은 '20대 총선 유권자 대상 투표참여 의향 및 사전투표제도 인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유권자의 70.8%가 ’이번 선거에 매우 관심 있다‘ 고 답했다. 19대 총선 투표율 예측조사때 나온 65.6%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지표는 실제 투표율과 유사한 적극적 투표참여 의향, 즉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다. 19대 총선 때 56.9%로 실제(54.2%)에 근접했던 이 비율은 이번에 63.9%로 나타났다. 공천 후폭풍이 거센 20대 총선 투표율이 19대 수치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2000년대 들어 최대이자 탄핵돌풍이 불었던 2004년 17대 투표율(60.6%)도 넘볼 수 있다는 추론의 근거다.     

연령대별 적극적 투표참여 의향 비율을 보면 지금 항간에 나도는 움직임을 잘 대변한다. 구체적으로 이 비율은 △20대 55.4% △30대 59.6% △40대 63.2% △50대 65.4% △60대 이상 72.8%로 나타났다. 이는 19대 조사 때의 △20대 36.1% △30대 47.1% △40대 56.3% △50대 67.4% △60대 이상 72.8% 과 비교하면 20~40대 청·장년층의 적극 투표참여 의사는 높아진 반면 50대 이상 중·노년증의 투표참여 의사는 떨어졌다. 19대 실제 연령별 투표율은 △20대 41.5% △30대 45.5% △40대 52.6% △50대 62.4% △60대 이상 68.6%였다.     

#4. 이번 총선의 투표율에 유난히 눈길이 가는 이유는 연령대별 유권자 분포가 지역 및 이념과 함께 선거결과를 가르는 중요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인구추계에 따르면 4200만명 안팎의 유권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984만명으로 23.4%에 이르는 반면 20대와 30대는 각각 15.9%, 18.1%에 그친다. ‘20~40대 야당, 50대 이상 여당’이라는 과거 연령대별 투표 성향이 많이 바뀌었지만 큰 틀에서 이 도식이 유효하다고 보면 투표율 예측조사는 선거결과를 예상할 때 빠트릴 수 없는 변수가 된다. 19대 총선 때 여당이 대승한 것 역시 60세 이상의 투표율이 68.6%를 기록한 반면 20·30대 투표율은 각각 41.5%, 45.5%에 불과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도 40대가 캐스팅 보트(스윙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에도 큰 이견이 없다. 전체 의석의 절반에 가까운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선 40대 유권자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40대 투표율은 대체로 전체 평균을 넘었는데(19대 제외) 이는 고용 및 노후 불안. 양육 및 주거문제 등에 직면한 40대의 정치성향을 대변한다. 실제로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 10곳 중 8곳에서 40대 유권자가 후보 간 우열을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 2017년 19대 대선까지의 정치일정을 염두에 두고 사활적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야도 이런 최근 투표율 추세를 감지하고 연령대별 맞춤형 정책제시 등 대비책에 골몰하고 있다. ‘뛰어라 국회야-잠자는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로’를 내걸고 야당발목론을 강조하는 새누리당,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4·13은 털린 지갑 되찾는 날’을 외치며 경제책임론을 부각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제는 정치다 이제는 3번이다-1,2번에게 기회가 많았다 여기서 멈추면 미래는 없다’며 기득양당 타파론을 무기삼는 국민의당은 모두 이런 계산을 깔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진정 묻고싶은 게 있다. 당신들에게 국민은, 또 유권자는 주인인가 머슴인가. 왕인가 졸인가. 그리고 당신들은 국민의 공복인가 상전인가. 또 우리 자신에게 던지고 싶은 것도 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뜻이라는 경구를 알고 있는가. 그 책임을 지금 냉소와 방관으로 얼버무리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특히 아프고 힘들다는 세대에게 다시 묻는다. 희망을 갖고 투표한 마지막은 언제인가.  

#6.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4월의 첫날인 오늘 언론기고에서 “대의민주제를 통타(痛打)한 루소는 ‘선거하는 동안에만 시민이 자유롭다’고 했지만 그건 거대한 착각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자유를 세우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자유의 길은 투표에서 시작됩니다. 성찰하면서 참여하고 고뇌하면서 행동해야 비로소 자유의 지평이 열립니다. 모든 큰 것은 작은 실천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4월 13일이 우리 모두에게 통절히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 이 나라의 주인입니까”(조선일보 A34면)라고 ‘통타’했다.

변화와 책임을 말할 때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 묘지에 있는 한 성공회 주교의 묘비문이 종종 인용된다. "젊고 자유로워 상상력의 한계가 없었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다.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자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시야를 좀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으로 나와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만일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다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했을지." 

문제는 정치도 경제도 아니다. 문제는 당신들이고 우리들이다. 당신들은 변화해야 하고 우리는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희망을 갖고 투표하는 4월13일이 돼야 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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