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쌀 문화권이어서 국수 문화가 발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육수문화가 발달한 한국음식의 특성상 육수를 어떤 재료로 우려내는지에 따라, 면을 무엇으로 만들고 고명으로 어떤 재료를 올리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의 국수가 탄생한다.
(왼쪽부터) 어탕국수, 진주냉면, 부산밀면. © News1 |
경남 진주는 냉면으로 유명하다. 지리산 주위에 많이 나던 메밀과 남해의 수산물인 명태, 건새우가 물류 중심지인 경남에서 만나 진주냉면으로 탄생했다. 전국적으로 이미 유명한 부산밀면은 밀가루에 소금을 넣어 반죽한 후 하루 숙성한 생면을 사용해 쫄깃한 맛이 살아있다. 부산 진구의 가양밀면, 개금밀면, 춘하추동밀면이 3대 밀면집으로 통용되고 있다. 녹차 주산지인 하동에는 녹차칼국수가, 남해군과 통영시에는 생콩가루와 밀을 섞어 고소함이 배가 된 팔칼국수가 별미다.
(왼쪽부터) 팥칼국수, 녹두칼국수, 해물칼국수, 녹차칼국수. © News1 |
보말조배기는 밭일과 바다일로 바빴던 제주 사람들이 복잡한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으면서 자연의 맛을 살리다보니 탄생한 음식이다.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고둥(보말)을 주재료로 밀가루 반죽과 함께 넣고 끊여 먹던 것이 향토 보양식이 됐다. 메밀수제비 역시 특별한 육수를 만들지 않고 반죽에 무, 실파를 넣고 끓이며 소금으로만 간을 한 소박한 식단으로 제주도의 투박한 정서가 담겨있다.
(왼쪽부터) 꿩메밀국수, 고기국수, 보말수제비. © News1 |
전남 담양의 400년 가로수길을 찾는다면 50년 된 국수거리는 덤이다. 멸치국수, 비빔국수, 콩국수는 물론 고구마로 만든 고구마수제비, 시원한 보리차에 얼음과 설탕을 듬뿍 넣고 소면을 말아먹는 보리차 설탕국수까지 토속음식도 맛볼 수 있다.
충청북도는 금강의 맑은 물에서 자란 민물고기로 이용한 생선국수가 유명하다. 물고기를 잡아 얼큰하게 끓인 천렵국에 국수를 만 것이 생선국수의 기원이다. 후루룩 입속으로 면을 빨아들이면 육수에 녹아든 민물고기 살이 함께 씹히며, 얼큰한 육수는 해장국으로도 제격이다.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 튀김. © News1 |
충청남도는 서산과 태안군의 낙지를 이용해 만든 밀국낙지칼국수가 일품이다. 초여름에 잡는 어린 낙지를 이르는 '밀국낙지'에 국간장만으로 간을 한 칼국수는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쌀보다는 메밀, 옥수수 등 구황작물과 산채가 풍부한 강원도는 메밀막국수가 대표주자다. 영양이 풍부한 메밀에 소화를 돕고 해독작용을 하는 무 동치미를 곁들인 메밀막국수는 여름철 기력 보충으로 안성맞춤이다. 메밀은 글루텐 성분이 없어 끈기가 부족해 뚝뚝 끊어져 국수를 만들자마자 먹어야 하는 성질 때문에 막(금방) 만들어서 먹는다고 해서 막국수라 불린다.
지역 토속음식 발굴을 맡고 있는 농촌진흥청은 국수야말로 한식세계화의 히든카드라고 말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세계 여행트렌드가 본토 문화가 잘 남아있는 지방을 방문해 토속음식을 먹어보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며 "중국이 매년 전통차, 전통주 등 올해 10대 음식을 선정해 세계에 공표하듯 우리도 향토음식에 대한 국가 공인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지원 아래 특색있는 국수를 알려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