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 제작 과정 중 도색에 필수적인 에어브러시. ©풀해치오픈연구소 |
다른 건담 모델보다 더 진짜 로봇 같다.
공: 부품을 가지고 뜯을 거 뜯고, 붙일 거 붙이고, 열 거 열어서 좀 더 다른 형태로 만든다. 부품은 만들거나 공수 받거나, 사서 쓴다. 기본 골격은 반다이에서 나오는 키트지만 그 키트를 더 변형시켜서 색다르고 예쁘고, 더 디테일하게. 더 진짜처럼.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까지 하나.
공: 개조하는 사람들이야 많다. 몇 명 있다.
반다이에서 모델러들의 존재를 알고 있나?
공: 반다이에서 매년 챔피언 경연대회를 한다.
출품 경험은?
공: 없다. 사람들도 묻는다. 왜 안 나가냐고. 근데 상급자 모델러들은 거의 경연대회 안 나간다. 프로 모델러들은.전지현, 송혜교가 미인대회 안 나가는 거랑 비슷하다. 이해가 되나? (웃음) 그런 급이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경쟁자가 없다?
공: 뭐 그 정도는 아니다. 어느 분야이건 각자 잘 하는 모델러가 있다. 비교 불가다.
회사와 병행하기에 힘들진 않나.
공: 힘들진 않다. 놀자고 만든 거고, 혼자 취미를 가지기 위한 장소고. 사무실 왔다 갔다 하면서 주로 밤에 작업하는 공간이다.
공방 곳곳에 건프라들이 놓여있다. © 풀해치오픈연구소 |
장식장을 채운 건프라 모델들. © 풀해치오픈연구소 |
수강생도 받던데, 혼자 하는 것치고 규모가 크다.
공: 혼자 하는 거다. 운영도 혼자.
수강비는?
공: 대개 30만~50만 원, 비싼 건(키트) 100만 원 정도. 하나 완성될 때까지 발-다리-골반-몸통-머리-팔 순서로 제작한다. 대신 두 달 정도 빡세게 해야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가능한가?
공: 수강생들이 대부분 여기 와서 처음 에어브러시를 잡아본 사람들이다.
수강생들은 보통 어떤 이들이 찾아오나?
공: 30대 후반~40대 초반 남성들이 제일 많다. 어떻게 보면 사회초년생들이 아니라, 직장에선 안정적인 월급을 받고, 가정은 꾸렸고, 취미는 없고. 이런 분들이 많이 온다. 5년 전 내가 시작했던 상황과 똑같다.
수강생들이만족하나?
공: 당연히. 처음 에어브러시 잡은 사람들이 저 정도 만들면 만족해야 하는 거 아닐까. (웃음)
공덕수씨가 직접 프레임을 개발했다는 베앗가이. © 풀해치오픈연구소 홈페이지 |
이제까지 몇 개나 만들었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공:150~200개 정도 만든 것 같다. 다 다른 캐릭터들이니깐 키트마다 다 새로워서 (다 기억에 남는다).
특별히 어려웠던 작품이 있었나.
공: '베앗가이' 같은 경우에는 몸통 안에 프레임이 없다. 그래서 프레임을 개발하려고 다른 RG 버전 모델을 사서 뜯어서 안에 이식을 했다. 어려웠다기보다는 개발을 한 거니깐 기억이 난다.
의뢰는 어떤 분들이 하나.
공: 생활에 조금 여유 있는 컬렉터들. 갖고는 싶은데 만들 순 없으니 의뢰를 한다.
하나에 얼마씩이나 하나?
공: 100~200. 가장 비싸게 받은 건 ‘네오지용’이다. 800만원 정도.
그런 건 작업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공: 하루에 5~8시간 씩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걸린다. 한 달에 400인데, (나이를) 마흔다섯이나 먹은 사람이 하루 8시간씩 일을 해서 한 달에 400 받는 게 많은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거 만들려고 올인을 하니까. 나도 갖고 싶은 게 있는데 미루고 남을 위해서 하는 거니깐. (웃음)
이미 만들어 본 건 안 받나?
공: 받는다. 열댓 개 만든 것도 있다. 최근 3년간은 계속 의뢰가 있었다. 의뢰자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면 안 만들어본 걸 한다. 안 만들어 본 작품들을 할 때는 개인 작업처럼 한다. 어떻게 보면 내겐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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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이 유독 피겨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공: 로봇 메카물의 정점이니까. 설계나 디자인도 많고. 일단 한국에는 그런 콘텐츠가 거의 없다. 어찌 보면 남의 나라 캐릭터라서 아쉽기도 하다. 건담은 1979년부터 애니메이션이 나오면서 꾸준히 성장해 와서 로봇 디자인 소스가 풍부하다. 한국은 오늘 당장 나와도 2015년인데…(따라잡기가 힘들다). 로봇에서 파생되는 디자인이나 메카닉적인 요소가 일본은 풍부하다. 한국은 전무하다. 일반 피겨로 봤을 때는 로봇계에서 건담을 이길 콘텐츠가 없다. 트랜스포머가 북미, 유럽 쪽에서 인기가 조금 있지만. 동양권에서는 건담이 압도적이다.
트랜스포머엔 관심이 없나? 도전해 볼 의사가 있는지.
공: 그닥. 움직이는 기믹이나 배리어가 다르기 때문에. 언젠가 해볼 순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이 없다. 쓰이는 프레임, 기계 자체가 다르다. 생긴 것도 다르고. 나는 건담을 쭉 해왔기 때문에 건담에 더 익숙하다.
공덕수씨의 부인이 직접 만든 작품. © 풀해치오픈연구소 |
건프라를 만드는 취미가 도움이 된 적은?
공: 사회생활에는 없다. (웃음) 남들 골프 치러 가고, 스킨스쿠버 하러 가고, 40~50대 남자들이 가질 수 있는 취미가 있지 않나. 이건 날아가는 게 아니다. 결과물이 내 책상 위에 남는다. (심리적으로) 자기 만족도나 성취감이 높아졌다.
취미로서 건프라를 자랑한다면?
공: 나이가 들면, 특히 40대가 되면 '가정 아니면 직장'이 된다. 성인 남자의 경우 해방구가 없다. 남자들은 집에 가면 자기 공간이 없다. 그래서 자기 공간을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우선 모델링 같은 경우에는 우선 바람 피우는 사람이 없다. (혼자 하는 거라서?) 아니다. 모델링만 하기에도 바빠서. (웃음) 여기 오는 수강생들은 밥 먹으러 나가지도 않는다. 이게 하고 싶어서 왔기 때문이다. 정말 모델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또 프라모델 같은 경우에는 키트 하나가 20만~30만 원 정도 한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나를 완성하는데 4~5개월 걸린다. 그렇게 보면 다 큰 성인 남자가 한 달에 5만~6만 원짜리 취미를 가진 건 비싼 편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쫌생이’ 같을 수도 있다. 몇 시간씩 장난감을 만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남자들의 탈출구가 되기도 하고, 성별을 떠나서는 집중력도 기를 수 있고 성취감도 좋다. 이만한 취미가 없지 않나 싶다.
건담과 함께할 당신의 미래는?
공: 글쎄. 건담에 미래를 맡길 생각은 없다. (웃음) 지금보다 더 많은 장식장에 더 디테일한 기계미가 흐르는 모델을 완성하고 만족해하며 미소 지을 것 같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