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에 적힌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치권을 뒤흔들면서 오는 4·29 재·보궐 선거의 판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이라는 호재로 이번 재보선에서 '2+α'를 목표로 선거전에 임했지만, 성 전 회장이 박근혜정부의 실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특히 연일 터져나오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한 대여(對與) 반감이 형성돼 서울 관악을과 인천 서구‧강화을 등 접전 지역을 중심으로 미묘한 판세 변화 기류가 읽혀지면서 새누리당의 선거전략엔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파문이 당내 문재인 대표와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한 옛 민주당계간 갈등은 물론 당 밖의 야권 분열 등 각종 악재를 덮을 수 있는 호재를 만난 양상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대여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도 자칫 야당의 지나친 정치공세에 대한 역풍이 일 가능성 등을 감안해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인천 서구·강화을, 새정치연합 역전…서울 관악을-경기 성남중원 野 지지층 결집 가능성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여파가 가장 크게 미치고 있는 곳은 인천 서구·강화을 재선거로 관측된다.
당초 이 지역은 여당의 텃밭으로 꼽혔지만,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강화 사위론'이 먹히고 있는 데다 이 지역에 충청 출신 지역민이 많아 지난 9일 동향인 성 전 회장의 자살이 이들 유권자들의 표심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지난 11~12일 이 지역 유권자 529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한 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 1.51%)에 따르면, 신동근 새정치연합 후보가 46.8%를 얻어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43.8%)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 27년간 야당의 강세지역이었던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지역도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이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하는 국민모임 소속으로 선거에 뛰어들면서 야권 분열에 따른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기류 변화 조짐이 읽혀지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 관악을 지역의 경우,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권에 대한 거부감이 야권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진다면 판세 자체가 혼전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같은 업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37.3%,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 29.0%를 얻어 지지율 격차는 8.3%P였다.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 23.5%, 옛 통합진보당 출신인 이상규 무소속 후보는 2.5%였다.
그간 오 후보와 2위 후보간 격차가 10%P 안팎이었지만, 그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 6일 'CBS 노컷뉴스-조원씨앤아이'의 조사(지난 3~5일 관악을 유권자 563명 대상, 유선전화 RDD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1%P, 응답률 2.33%)에서 1위인 오 후보(43.7%)와 2위 정태호 후보(24.9%)간 격차는 18.8%P였고, 같은날 발표된 '휴먼리서치' 조사(5일 관악을 유권자 706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 응답률 2.16%)에선 1위 오 후보(43.8%)와 2위 정동영 후보(23.5%)간 격차는 20.3%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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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국회의원 보궐선거 성남 중원에 출마한 새누리당 신상진(왼쪽부터)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정환석 후보, 무소속 김미희 후보(왼쪽부터)가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2015.4.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