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융자사기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유서를 남긴 채 잠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6분쯤 성 전회장의 유서를 발견한 큰아들이 운전기사 A씨를 통해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이어 큰아들은 오전 8시12분쯤 직접 파출소를 찾아 신고절차를 마쳤다.
큰아들은 파출소에서 성 전회장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으며 유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현재 유서는 성 전회장의 가족들이 갖고 있으며 "나는 결백하다. 자살하겠다"라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성 전회장의 자택 CCTV를 확인한 결과 성 전회장은 이날 오전 5시11분쯤 등산복 차림에 흰색 야구모자, 금테 안경, 검은색 패팅 점퍼 등을 착용한 채 도보로 서울 청담동 자택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성 전회장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성 전회장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부근에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 일대에 경찰 14개 중대 13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 중이다.
이날 오전 11시쯤 성 전회장의 마지막 통신신호가 북한산 정토사 부근에서 잡히자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정토사 인근과 그 외 일대를 폭넓게 수색하고 있다. 성 전회장은 평소 북한산 형제봉과 비봉 등반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전 11시쯤 종로구 평창동 평창파출소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목격자는 없었고 성 전회장이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성 전회장이 현재 휴대전화 2대를 갖고 이동 중이지만 동행인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성 전회장의 휴대전화 2대 모두 신호가 잡히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수색지역을 넓히고 있다.
한편 성 전회장은 9일 오전 10시30분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었다.
검찰은 지난 6일 성 전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성 전회장은 분식회계로 회사 재무‧경영 상황을 조작해 한국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국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등에서 자원개발사업 명목으로 800억여원의 정부융자금과 대출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성 전회장은 이 과정에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자원개발 공사진행률과 공사금액, 수익 등을 조작해 95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성 전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석유 및 가스탐사 사업 4건에 653억원을 투자했는데 321억원은 성공불융자로 지원받고 자체자금으로 조달한 332억원은 모두 손실처리했다"며 "경남기업은 전 정권 시절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또 성 전회장은 'MB맨'이라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전 정부가 경남기업을 일방적으로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시켜 회사 부실이 심화됐다"며 "2007년 18대 대선 한나라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위해 노력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MB맨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전회장은 이날 베트남 현지회사인 체스넛비나의 실소유자가 부인 동영숙씨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체스넛비나 등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