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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이된 회계사…"슈퍼갑 기업 눈치에 '떨이' 감사비용"




회계사 지위 하락에 회계투명성도 바닥



회계사 지위가 예전만 못하다. 감사비용은 수년째 정체돼 있고, 기업 눈치에 쓴 소리하기도 쉽지 않다. 기업이 슈퍼 갑(甲)이 되고, 회계사는 을(乙)이 됐다. 품질보다 가격 먼저 따지는 기업문화 탓에 회계투명성도 바닥 수준이다.


모 회계사는 "기업이 회계법인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 이후로 회계사 몸값이 낮아지고, 회계 품질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회계 감사보수는 '제자리'

5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사의 감사비용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이후 3개사의 감사비용이 오히려 낮아졌다.

SK하이닉스는 2010년 감사용역 체결 당시 7억5000만원을 회계비용으로 냈지만, 지난해에는 6억8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한국전력도 15억2600만원에서 11억500억원으로, SK텔레콤은 15억6400만원에서 12억8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POSCO의 감사비용도 상승보다 정체에 가까웠다. 삼성전자의 2010년 감사보수는 36억5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6억9000만원으로 4년 동안 2.3% 상승에 그쳤다. POSCO도 18억4000만원에서 19억1100만원으로 3.8%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가 2010년 100에서 지난해 말 108.8로 8.8%포인트 오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된 셈이다.

감사비용이 오른 기업은 감사시간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현대차는 감사비용이 2010년 14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8억원으로 25%나 늘었지만, 감사에 소요된 시간도 1만4950시간에서 2만999시간으로 40.4%나 증가했다. NAVER와 신한지주도 감사시간이 각각 71.8%, 41.1% 증가하면서 감사비용이 118.7%, 36.6% 올라갔다.

다만 삼성에스디에스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감사비용이 4억4500만원에서 9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현대모비스도 3억9800만원에서 5억4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감사비용이 낮아진 것은 기업들이 손쉽게 회계법인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가격이 비싸거나 업무에 비효조적인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기업을 심사하지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모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들이 비용을 깎아달라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안 내려주면 다른 회계법인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갑이고, 회계법인은 을"이라고 말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11년 회계법인을 기존 EY한영에서 삼일PwC로 변경하면서 감사비용을 5500만원 낮췄고, 지난해 또 다시 삼정KPMG로 바꾸면서 1000만원 깎았다.

한국전력도 2013년 회계법인을 딜로이트안진에서 삼정으로 변경하면서 감사시간은 늘어났지만 비용은 다소 줄였다. SK텔레콤도 2012년 안진에서 삼정으로 회계법인을 변경하면서 1억4000만원 넘게 깎았다. 다른 기업들도 회계법인을 변경하면서 비용을 줄이거나, 동결했다.

◇"안 그래도 짠데…" 가격만 따지는 기업들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이미 국내 기업의 감사비용은 선진국에 비해 짠 편이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비슷한 기업들을 비교해도 국내 기업의 감사비용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2년 기준 매출액이 201조원에 달했던 삼성전자는 감사보수로 37억원을 지출했지만, 매출이 172조원에 불과한 애플은 82억원을 사용했다. 2012년 미국 자동차회사 GM과 포드도 감사보수로 각각 462억원, 451억원을 냈지만 현대차는 15억원에 불과했다. 매출 규모 차이가 두 배 수준인 점을 감안해도 감사보수 차이가 크다.

은행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국민은행은 20억원의 감사보수를 지불한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148억원, JP모간체이스는 920억원, 스탠다드차타드는 159억원을 사용했다. 국민은행보다 자산총액과 영업수익이 적은 호주 맥쿼리은행도 93억원을 감사보수로 진행했다.

통신과 에너지회사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감사보수로 12억원 지출했지만 미국 AT&T와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은 각각 264억원, 106억원을 냈다. SK에너지도 감사보수가 6억원에 불과했지만 호주 오리진(Origin)은 36억원을, 미국 엑손(Exxon)은 370억원을 지불했다. 자산총액과 매출에 따른 차이에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감사보수 차이가 상당하다.

감시자 역할을 하는 회계사가 을로 전락한 것은 외국과 국내기업 지배구조 차이 탓이다. 외국 기업의 경우,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분리돼 있는 반면 국내는 오너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회계감사는 주주의 경영에 대해 검증하는 측면이 강한데, 국내처럼 오너경영은 스스로 성과에 대해 검증하는 구조가 된다. 반면 외국서는 전문 경영인의 성과에 대해 주주들이 평가하기 때문에 국내보다 회계에 대한 대우가 높다.

김상원 금감원 회계제도실장은 "제도는 우리나라도 그렇고 외국도 자유계약으로 마찬가지다"면서 "우리나라 회계법인들이 기업 눈치보기가 심한 것은 기업구조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계감사는 주주가 경영진이 경영을 잘하는지 평가하는 것"이라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기업지배구조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회계감사서비스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유수임제를 시행하면서 기업이 '슈퍼 갑'이 됐다"면서 "기업이 품질이 아닌 가격을 보고 회계감사인을 선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쓴 소리 보다는 협조적 이야기만 하고, 가격은 저렴한 회계감사를 찾으면서 회계사들이 기업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회계사 수난시대…회계투명성도 바닥

감시자 역할을 하는 회계사가 을로 전락하면서 회계감사도 흔들리고 있다. 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회계에 부적절한 점을 발견하더라도 지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회계투명도는 바닥이다. 세계적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을 각각 60개국 중 59위, 144개국 중 84위로 발표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공인회계사와 회계학계, 기업 최고경영자(CEO) 6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서도 국내 회계투명성 수준이 7점 만점에 3.91점을 기록했다. 통상 4점 이하의 결과는 회계투명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회계 투명성이 악화한 원인으로는 회계감사에 대한 기업 경영자의 낮은 인식, 낙후한 기업 지배구조, 회계업계의 과열된 수임경쟁을 꼽았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회계법인이나 회계사의 수준은 높지만, 기업의 회계시스템이나 회계인력 수준은 낮다"며 "회계인프라와 기업지배구조가 회계 투명성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기업이 가격이 아닌 품질을 보고 회계감사를 선정할 때 회계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기업의 감사보수가 깎인 후 문제가 터진 경우가 있다"면서 "감사보수는 물가상승률만큼이라도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수가 낮아지면 감사인들도 소홀해진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아울러 "감사시간 대비 감사보수가 턱없이 낮은 곳은 금감원이 감리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며, 사전적으로는 지정감사의 적정보수를 정해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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