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준 장로] 넓게 본 '주의 일'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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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넓게 본 ‘주의 일’
흔히 교회 안에서 하는 일이나 혹은 교회와 관계가 있는 일들(선교ㆍ구제ㆍ종교 교육 등)을 ‘주의 일’이라고 부르고, 그 밖의 일들은 ‘세상 일’ 혹은 ‘속된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주의 일’이라는 의미를 좀 더 시야를 넓혀 생각해보겠습니다.
루즈벨트는 오랫동안 숙고하고 나서 처칠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미국이 참전을 하게 되면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겠는데 그 희생에 따르는 명분과 가시적인 보람이 나타나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칠이 루즈벨트에게 무슨 조건을 원하느냐고 묻자, 루즈벨트는 영국이 전세계에 가지고 지배하는
식민지들을 모두 해방할 것을 참전의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처칠은 그 요구를 받고 많이 고심했습니다. 그 많은 식민지들을 내어 놓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었고, 식민지 없는 영국도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칠은 각의를 소집하여 논의한 끝에 루즈벨트의 뜻을 받아들여 식민지 대신 승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 있던 영국의 식민지들은 물론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까지도 식민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때 루즈벨트가 한 일을 다만 국가간에 있었던 이해관계나 세력균형에 얽힌 국제적인 사건으로만 보아 넘길 수 있을까요? 강대국에게 강점되어 수탈당하고 유린 당한 약소 민족 국가들에게 자주권을 회복시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기대하시고 기뻐하시는 ‘주의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 링컨의 노예해방을 생각해 봅시다.
다 같은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난 인간인데 피부색과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평생을, 그리고 대대로
특정 인종의 노예로 묶여 자유를 잃고 구속과 억압 속에 살도록 되어 있는 사회, 그것도 기독교 국가라고
하는 미국 땅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그 부조리와 모순과 죄악을 보다 못해 생명 걸고 노예 해방의 기치를 높이 들어 승리를 쟁취했던 링컨의 업적을
일개 정치인이 남긴 치적으로만 보고 지나칠 수가 있을까요?
이 ‘주의 일’ 이라고 하는 개념을 보다 더 광의로
생각해볼 때, 지금 세계 각 나라들마다 정치ㆍ경제ㆍ교육ㆍ문화ㆍ예술 등을 통해서 지향하는 목표와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긴 역사의 흐름에서 볼 때 그들이 고의로 악을 도모하거나 불의를 획책하지 않는
한 그 모든 나라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다 하나님이 뜻하시는 경륜의 일환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의 일’에 동참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