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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생활-김 준] 조지 워싱턴의 묘소

시애틀N 조회 : 4,590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조지 워싱턴의 묘소

오늘은 조지 워싱턴의 묘소를 보고 느낀 바를 말하려고 합니다. 그 말을 하기 전에 워싱턴의 가정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워싱턴과 그의 부인 마르다 사이에 두 남매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사실은 워싱턴이 두 남매를 거느린 미망인 마르다와 결혼을 하였고 그 후 그들의 몸에서 태어난 자녀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워싱턴은 그 자녀들을 친자식 이상의 사랑으로 양육한 기록과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되었습니다.

필자가 워싱턴의 묘소를 찾아갈 때 가졌던 예상은, 세계 최강국 국부(國父)의 묘소다운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과 아름다운 환경 조성 등이었습니다. 역사상 유명 인사들이나 국왕들이나 독재자들의 묘역을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 보니 그의 묘소는 웅장한 건물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주위 환경을 화려하게 조성해 놓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경영하던 농장의 한 켠 샛길 가 평지에 우리들의 가정집 더블 그라지 넓이 만한 장소에 벽을 쌓고 지붕을 덮은, 작은 차고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 안에 워싱턴과 그의 부인 마르다의 석관들이 약 4m 간격을 두고 양쪽으로 나란히 안치되어 있었고 그 석관들을 성조기가 포근히 감싸고 있었습니다.

워싱턴이 1732년에 태어나 1799년에 67세로 세상을 떠난 후 38년 간 그의 시신은 옛 묘소에 안치되어 있다가 1837년에 현 묘소로 이장되었습니다. 현 묘소로부터 약 200m 떨어진 곳에 그 옛 묘소자리가 있다기에 그곳도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옛 묘소자리는 더욱 초라했습니다. 작은 간이 차고 만한 크기의 건조물이 숲 속에 가리워져 있었습니다. 안내판에 게시된 옛 묘소의 사진을 보니 이장하기 전에는 일반인의 묘소처럼 평지에 가로가 약 8m, 세로가 약 6m 자리에 분묘가 있었고 그 주위는 흰색 판자 울타리로 둘려져 있었습니다.

역사상 수많은 독재자들, 악명높은 군주들의 웅장하고 화려한 무덤들과 워싱턴의 작고 소박한 묘소를 비교해 보면서 미국이 왜 짧은 시일 내에 오늘의 강력한 민주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고 부강한 경제대국으로 번영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묘소가 한 인간을 영웅시 하거나 신격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묘소는 민주주의의 평등사상을 말해주고 있었으며, 생존해 있는 사람에게는 활동해야 할 넓은 공간이 필요하겠지만 활동이 정지된 시신에게는 여섯 자 이상의 땅이 필요하지 않음을 실증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그 묘소는 미국 실용주의(Pragmatism)의 전형(典型)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포악한 군주나 독재자들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주 나타날수록 인류는 더욱 불행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무덤은 웅위와 장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의 어마어마한 무덤들이 우리의 눈을 현란하게 할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값진 삶의 유산은 우리의 마음 속에 고요히 자리잡은 것이니 눈에 보이는 무덤의 크기와 화려함에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왕으로의 추대나 종신 대통령직 같은 거절하기 어려운 권유를 뿌리치고 농장에 머물면서 자신을 대통령이 아닌 농부라고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는 워싱턴의 체취가 듬뿍 풍기는 그 농장과 그의 묘소를 떠나올 때 필자에게는 그의 사욕 없는 소박한 모습이 떠올랐고 대국의 국부로서의 그가 아닌 인간미 넘치는 농부로서의 정겨운 음성이 들리는 듯하였습니다

그러한 그의 겸허하고 소박한 농부의 뜻이 오늘의 미국을 건설한 초석이 되어 있다고 믿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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