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홍 칼럼] 색깔이 결정한다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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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교육전문가)
색깔이 결정한다
“6주 만에 작성한 초안을 편집자에게 보여주었더니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의 색깔을 뚜렷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읽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향후 5년간 수정을 보았다. 나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은
물론이다.”
2005년 출간 이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무려 260주간
연속으로 올랐던 책 <유리성>의 저자 저넷 월스의
말이다.
하지만, 무조건 이것저것 읽는다고
해서 에세이 소재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많이 쓰거나 오랫동안 생각을 한다고 해서 자신의 색깔을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에세이 작성 그 자체보다
지원서 에세이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는데 있다. 대부분 지원자는 에세이를 학교 성적, SAT 점수, 추천서처럼 대학 입시에서 요구하는 하나의 항목으로만
여긴다.
결정적으로 자신이 누구를 대상으로 에세이를 써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다. 지원서 에세이 심사원은 제출한 작문 숙제를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고 점수를 후하게 주는 친절한 학교 선생님이
아니다. 첫 관문을 지키고 있는 심사원들은 대학원생이나 지역담당 입학 사정관들이다.
그들은 읽고 느낀 점을 요약해서 당락을 결정하는 심판대인 입학사정 위원회에 올릴 뿐이다. 학교 선생님과는 달리 개개인 지원자를 모르는 그들은 인정사정을 봐줄 여유가 없다. 대부분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에세이를 읽어야 하는 일을 따분하게
느낀 나머지 자신의 오감을 자극하거나 독특한 내용이 담긴 글이 아니라면 특별한 눈길을 주지 않는다.
“첫 문장 시작을 보면 어떤 에세이는 끝까지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다”라고 말하는 입학 사정관도 있다.
심지어 어느 대학은 지원자의 서류
심사에 앞서 에세이부터 읽는다.
밋밋한 에세이는 설 자리가 없다. 그렇지만, <유리성>의
작가 월스는 밋밋한 글도 꾸준한 교정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감흥과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지원자가 <유리성>에서처럼, 쓰레기 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는 엄마, 그런 엄마를 모른 척하는
딸, 딸의 저금통을 훔쳐 술을 마셔대는 아빠를 통해 가족의 책임 한계에 관한 고정관념을 뒤엎는 독특한
내용을 그려낼 수는 없다. 하지만 작가로부터“나의 색깔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 것은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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