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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환경

시애틀N 조회 : 3,703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포춘 500대 기업이 1조8,000억 달러의 현금을 움켜만 쥐고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난 2010년 7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토로했다.

그 이유에 대해 뉴스위크의 자카리아 해외판 편집장은 “오바마의 반기업 정책, 까다로운 규제, 세금인상 때문”이라고 피력했고, 버라이존 사장 사이덴버그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대적인 환경에서 돈을 푸는 바보 기업이 있겠나”라며 비꼬았다.

정부의 반비즈니스 정책에 반기를 들고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을 케인즈는 ‘자본파업(Capital Strikes)’이라고 불렀다. 비슷한 파업이 학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S양은 댄스에 재주와 열정을 가졌지만 “그 짓 하면서 공부는 언제 하느냐”는 부모의 핀잔에 대응하여 학교 숙제와 시험을 포기,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다.

J군은 “내가 좋아하는 농구를 엄마가 못하게 말려서 보란 듯이 SAT 시험을 일부러 망쳤다”고 고백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마리화나를 팔다가 적발돼 퇴학당한 Y양은 “졸업반 언니들과 몰려다니는 것을 못마땅히 여기는 엄마를 향한 반항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명문고에 재학중이며 우등생으로 인정받는 학생들이지만 부모의 아집에 등을 돌린 것이다.     

도파민 호르몬이 왕성하게 생성되어 한번 재미 본 것에 빠져들고,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는 것이 청소년기의 특징이다. 또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전두엽 세포가 급증하지만 다른 뇌 부위와 제대로 교통, 통제하지 못해 우발적 행동을 보인다. 이것을 간파한 부모는 “자식은 부모하기 나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구제에 나선다. 

지난 연말 한국에서 수능 시험이 끝났을 때 ‘수능 수험표를 가져오면 성형수술 반액 할인’이라는 광고가 전국을 도배했다. “시험만 잘봐라. 쌍꺼풀이든 코 높이기든 뭐든지 해주겠다”며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외모를 가꿔주는 부모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전이다. 나아가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자녀의 성별, 눈과 머리카락 색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특정 유전성을 지닌 디자이너 베이비를 만드는 시대에 살기에, 자녀의 성장과정에 메스를 대어 부모 나름의 설계도에 따라 끌고 가려는 것을 당연시 한다.

하지만 자녀의 성향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설계도는 치명적인 적대적 환경을 조성해 반항심을 일으킬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여름부터 불어 닥친 하버드 정치학 교수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 덕택에 사회 일부에서는 정의로운 부모, 정의로운 교육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이 생겼다.

센델의 기본 신조를 따른다면 정의로운 자녀 교육은 부모 뜻대로 되지 않는 교육이다. 자녀의 내재된 성향과 열정을 인정하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을 따져보는 과정이다.

성향과 원칙을 고민하는 부모와는 동떨어진 모습의 아버지가 ‘하얀 리본’이라는 영화에 등장한다. 엄격한 아버지는 자녀가 잘못한 순간 매를 대지 않고 하루가 지난 후 체벌을 한다. 매를 기다리며 온 종일 두려움에 떠는 자녀들은 점차적으로 위축되어 간다.

또한 아버지는 순결의 상징인 하얀 리본을 자녀에게 달아주고 그들이 저지른 죄책감을 상기 시킨다. 보이지 않는 회초리, 아버지의 감시 눈초리로 사용된 하얀 리본의 압박에 반발해 결국 자녀들은 극단적인 폭력으로 치닫는다.

아버지가 키우던 새를 잔인하게 죽이고, 방화ㆍ납치를 일삼아 그들이 사는 작은 마을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고 만다. 적대적 환경, 아집의 끝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드러낸 영화다.


대니얼 홍 교육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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