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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와 프린스턴의 변심

시애틀N 조회 : 4,305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1978년 유펜의 입학사정처장으로 부임한 스텟슨에게 고민이 생겼다.
캠퍼스 주변의 빈번한 범죄와 아이비리그 가운데 가장 인기없는 대학이라는 오명으로 인해 지원자들이 유펜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스텟슨은 전국 주요 고등학교를 순회하며 “유펜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면 융숭하게 대접하겠다”며 조기전형제도를 도입하여 모객운동을 시작했다.

U.S.뉴스가 처음으로 대학 순위를 매긴 1983년 당시 유펜은 내셔널대학 리스트에 끼지도 못했지만, 점차 상황은 달라져 지난해는 랭킹 5위에 올랐다. 또한 30년 전 유펜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로렌스빌, 필립스엑스터 같은 보딩스쿨이 최근에는 다른 어느 대학보다 유펜에 더 많은 지원자를 보내고 있다. 

 유펜의 이런 성공사례는 타 대학들로 하여금 조기전형을 다투어 도입하게 만들었다. 5년 전 저소득층 지원자에게 불리하고, 조기마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이유로 하버드와 프린스턴은 잇따라 조기전형을 철회했다. 게다가 “다른 대학이 우리를 따라 조기전형을 폐지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는 불평까지 늘어놓았다. 그런데 지난 주 목요일, 하버드와 프린스턴이 돌연 변심했다. “

당신 대학이 지원 1순위 대상이지만 조기전형이 없어 다른 대학으로 돌리니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학생과 학부모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조기전형을 부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알고 보면 조기전형은 등록학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풋볼팀에 쿼터백이 필요할 때 조기전형으로 선발해 미리 확보해두면 봄에 가서 일반전형에 합격한 운동선수의 등록여부를 애타게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신입생 정원을 미리 채워두면 둘수록 일반전형에서 더 많은 불합격 통지서를 보낼 수 있어 입학 경쟁률을 높여 랭킹을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입학경쟁이 가장 치열한 14개 대학에 지원한 학생 50만명의 SAT 점수를 5년간 조사한 하버드의 에버리 교수가 “조기전형에는 100점 가산 효과가 있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처럼, 조기전형에는 일반전형과 다른 잣대를 사용한다. 따라서 일반전형보다 합격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조기전형에서 불합격 혹은 보류 통보를 받으면 넋을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리더십ㆍ학점ㆍ표준시험 점수ㆍ운동ㆍ음악 등 모든 면에 완벽했던 K군은 지난해 아이비리그 대학에 조기지원 했다 12월 중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나는 실패자’라는 의욕상실증에 걸려 나머지 일반전형 대학에는 ‘될 때로 되라’는 태도로 지원서를 냈다. 

“우리 대학에 지원할 모든 학생에게는 균등한 기회가 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지원자에게 합격통지서로 보상하겠다”는 것이 대부분 대학의 공식입장이다.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고 ‘정의’로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과연 정의로운 제도일까. 동부의 보딩스쿨에 다니는 학생과 워싱턴주 시골의 공립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공부하고 교내외 활동을 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존재할까. 특히 운동선수ㆍ부유층 학생 그리고 동문자녀를 우선시 가려내는 조기전형에서는 더더욱 없다. 

하버드 캠퍼스의 입학사정처에서 다섯 블럭정도 떨어진 곳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연구실이 있다. 샌델은 “진정한 정의는 한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도, 그들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공동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미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등잔 밑이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선지자는 자기 집에서 대우받지 못해서인지 샌델의 외침은 입학사정처의 두터운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대니얼 홍 교육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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